▲<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책 표지.
성낙선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는 책 제목에 나와 있는 그대로 '대멸종'에 관한 책이다. 그동안 대멸종을 다룬 책들이 주로 백악기 말(약 6600만 년 전)에 일어난 '공룡의 대멸종' 등 인류가 기록해 온 역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아득히 먼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다뤘다면, 이 책은 앞으로 우리 인류가 직접 겪게 될 대멸종에 초점을 맞췄다.
갑자기 대멸종이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대멸종을 그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거나, 아니면 앞으로 몇천 년 뒤의 멀고 먼 미래에 벌어질 사건으로 여기고 별다른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다소 생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 그 생각을 바꿔야 한다. 대멸종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들이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대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그 원인이 공통적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음을 밝힌다. 그와 함께, 생태계 파괴에 따른 동식물의 멸종이 마지막에 가서는 인류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대멸종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였다. 기후 변화와 대멸종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책치고는 비교적 쉽게 읽힌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한 번은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대멸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그저 공룡이 살았던 시대만 떠올리는 어른들이라면 특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읽어 둘 필요가 있다. 책은 작고 가볍지만, 주제는 무겁다.
대멸종은 더 이상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들이 대멸종을 과거에 일어났던 일로만 기억하고 있는 게 꼭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에게 대멸종은 이미 사라진 시대에 일어난 사건에 불과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 '대멸종'하면,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거나 화산이 폭발하면서 당시 지구상에 존재했던 공룡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던 사건을 떠올렸다. 그와 같은 사건은 다시 반복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
그래서 그 사건을 무슨 옛날이야기라도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전해 듣곤 했다. 실제로 공룡이 살던 시대는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먼 옛날에 일어난 일이고, 운석이 떨어져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잿더미가 되어 한순간에 전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어서 현실감이 전혀 없었다.
대멸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도, 다 어렸을 때 지녔던 호기심에 불과했다.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지구상에 지금까지 대략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 공룡이 사라진 대멸종은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그 전에 일어난 네 번의 대멸종은 아예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철이 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대멸종을 떠올릴 일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대멸종을 인류가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멸종은 더 이상 옛날이야기도 아니고, 공상 과학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여길 이야기도 아니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게 모두 기후 변화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심상치 않다. 해가 갈수록 더 심하다. 날씨가 좀 더 더워지거나 추워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 변화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초대형 태풍과 홍수가 수시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뒤흔든다. 기후 변화로 지구 어디에선가 국토가 초토화되는 일들이 거의 매일같이 등장한다. 얼마 전, 텔레비전으로 대형 산불이 북미와 호주 대륙을 불태우는 광경을 지켜봤다.
그 광경이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공룡이 멸종할 당시에도 지구 곳곳이 불탔다. 그 당시 대멸종을 부른 주된 원인은 "거대한 운석의 지구 충돌"이었다. 이때, 운석이 충돌한 지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던 생물들은 모두 불타 없어졌다. 그리고 "지구 다른 곳에 있던 생물들은 좀 더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며 천천히 죽어갔"는데, 그 이유는 "운석 충돌로 생겨난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지금의 기후 변화가 비록 운석이 충돌했던 당시와는 경우가 다르기는 해도, 그로 인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의 기후 변화를 보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공룡의 뒤를 이어 언젠가 인류가 화석으로 남아야 하는 날이 찾아온다. 대멸종은 더 이상 옛날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