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바티칸 박물관 서명의 방 벽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임명옥
시스티나 성당에는 보티첼리와 같은 르네상스 시대 유명 화가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미켈란젤로(1475~1564)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다.
30대의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령으로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렸다. 4년 여 동안 천장을 아홉 부분으로 나누어 성경 창세기의 중요 장면들을 그렸는데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그림이 신과 인간의 만남을 손과 손이 맞닿을 듯 교감하는 모습으로 그린 프레스코화다. 조화와 균형, 색채감이 갖춰진 천장화는 화려하고 웅장하고 경건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우리는 운 좋게도 의자에 앉을 수 있어서 한참 동안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제단화로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벽화 <최후의 심판>에는 수백 명의 인간 군상들이 묘사되어 있다. 단테가 <신곡>이라는 책을 통해 천국과 연옥, 지옥을 표현했다면 미켈란젤로는 그림으로 최후의 심판 날을 표현했다. 그림 속에 자신은 살껍데기가 벗겨진 채 성 바르톨로메오의 손에 들려진 모습으로 그려 넣었다.
미켈란젤로는 왜 자신을 그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표현했을까. 7년 동안 최후의 심판을 그리면서 그는 60년 이상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떠올리고 참회의 심정으로 그렇게 그린 게 아닐까. 어쩌면 그것은 미켈란젤로의 회개이고 정직함이며 용기가 아닐까... 벽화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박물관 내부는 계속해서 밀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인데 그런 바티칸에도 여유롭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티칸의 정원이다.
잘 가꿔진 잔디밭 사이로 관광객은 산책하듯 정원을 거닐고 벤치에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도 동생들과 함께 정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무와 풀이 품고 있는 다양한 초록빛을 보면서 자연이 마련한 소박하고 일상적이고 다채로운 향연을 즐겼다.
사월의 생명력을 터트리는 나무들, 눈에 휴식을 주는 잔디, 청명하게 푸른 하늘, 따뜻한 햇살... 그 속에서 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평화로웠다. 인간은 신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들었지만 어쩌면 신은 나무와 풀, 하늘과 대기, 햇살 같은 자연 속에 있는 게 아닌가, 바티칸의 정원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티칸의 정원은 바티칸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예술품 중에서도 가장 친근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예술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바티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