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열사 고 최온순 추모비
추모연대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1983년 8월 14일 '급위독' 세 글자 전보가 본가로 전해집니다. 가족이 부랴부랴 부대로 찾아갔으나 열사는 이미 숨을 거뒀고,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헌병대 수사관은 가족에게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설명했는데요. GOP 초소 근무 중에 목 아래에 총구를 대고 총을 발사해 총알이 목을 뚫고 머리에 박혀 즉사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최온순 열사가 절대로 자살할 리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안실에 안치된 시신을 1주일간 지키면서 재수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유족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헌병대는 수사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는데요. 이윽고 끔찍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983년 8월 14일 새벽 5시 20분 헌병대 수사관 2명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최온순 이병과 함께 근무한 김 아무개 상병은 "최온순이 자신과 싸우다 자살하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목에 난 상처도 통상 자살과 동일했기에 자살로 처리되었는데요. 이는 완전히 조작된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드러난 진술에 의하면 사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8월 13일 오후 7시 50분부터 최온순 이병과 김 아무개 상병은 51초소 야간근무에 투입되었습니다. 밤샘 근무가 지나고 철수를 준비하던 14일 4시 30분 무렵 사건이 터지는데요. 순찰을 돌던 소대장은 초소에서 함께 졸고 있던 최온순 이병과 김 아무개 상병을 발견하고는 크게 질책했습니다. 소대장이 떠난 후 김 아무개 상병은 최온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구타를 퍼부었는데요.
엎드려 뻗친 상태에서 구타를 당하던 최온순이 갑자기 일어나 "못하겠다"며 김 아무개 상병과 치고 받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김 아무개 상병 진술에 따르면 그 순간 분을 삭히지 못한 최온순이 총을 들어 위협을 했고, 김 아무개 상병도 총을 들고 싸우는 도중에 총구를 최온순의 목 아래에 밀면서 방아쇠를 당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육군 과학수사연구소에서 김 아무개 상병 총과 옷을 감정했는데요. 김 아무개 상병 총에서 발사한 탄피 흔적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의 흔적과 같았고, 화약 흔적도 김 아무개 상병 옷에서 많이 검출되었습니다. 김 아무개 상병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1983년 9월 13일 군법회의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재수사 결과 열사가 자살했다는 사실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당시 자행되었던 녹화사업의 구체 내용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당시 책임자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열사가 보안부대 녹화사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간부와 고참의 부당한 괴롭힘으로 감정이 폭발했고, 그 과정에 사망했을 수 있지만 아직은 가능성일 뿐 명백한 증언이나 증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최온순 열사는 막내 아들이었고 온 가족의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아버지가 특별히 아꼈는데요. 군대에서 불과 5개월 만에 주검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크게 충격을 받아 2년 뒤 1986년에 별세했습니다. 열사는 순직으로 인정되었고 국가유공자로 결정되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에는 많은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참고자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https://www.kdemo.or.kr/)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관 (http://yolsachumo.org/)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자료집 <끝내 살리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단체연대회의, 2005,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 1차 (대통령소속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2003,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 발간위원회)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 2차 (대통령소속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2004,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 발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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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하던 아들의 죽음 이후 드러난 끔찍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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