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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대가 완전히..." 축구선수였던 내게 발목 수술이 남긴 교훈

말 한 마디로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힘, 당신 생각보다 큽니다

등록 2024.05.14 17:44수정 2024.05.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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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여 모두가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던 시기에, 오랜만에 찾은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아... 발목 인대가 완전히 끊어져서, 가능한 빨리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아직은 어리다고 느껴지는 스물 한 살. 과거 축구선수로도 활동했다가 전향해 대학에 입학한 내게, '발목 수술'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두렵게 다가왔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다시는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계속해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발목을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결국 수술을 결심하게 됐다.

사실, 나는 엘리트 축구선수였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도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수술 이후에도 발목 상태는 좋지 않았고, 결국 이는 축구를 그만두게 되는 계기가 됐다. 축구를 포기한 후에는 공부에 전념하여 인하대학교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학교에 와서 기쁨도 잠시. 아주 가벼운 운동만 해도 발목에 지속적인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발목에 대한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고, 또다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인대를 이식받는 수술이라고 했다. 병원에 따르면 전에 받았던 수술보다 더 어려운 수술이었다. 그렇기에 수술의 성공 여부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졌고, 나를 좌절시켰다.

도망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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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입원 사진 ⓒ 윤진민

 
수술 전날, 무서움을 안은 채로 병원에 입원했다. 사실 속마음 한편에서는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겁이 났다. 입원실 침대에 누워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다음 날 있을 수술에 대한 두려움만 계속해서 나타났다.


점점 더 얼굴이 울상이 되어 갈 때쯤,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을 거예요"라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알고 보니 그 분은 퇴원을 하루 앞둔 환자였고, 한숨을 크게 내쉬며 절망에 빠진 나를 보며 따뜻한 말을 건네준 것이었다. 별것 아닐 수도 있을 그 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고,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두려움과 고민을 처음 만난 분께서 이해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 후로 병실은 따뜻한 말들로 가득 찼다. "앞으로 더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내가 밖에서 기도하고 있을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될 거예요." 등의 말들이 환자분들과 간호사분들로부터 이어졌다. 단지 몇 마디 말일 뿐인 데도 거기엔 힘이 있었다.

잘 모르는 이들이 건넨 용기와 위로, 그 말들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수술에 임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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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재활 사진 ⓒ 윤진민

 
수술은 다행히도 아주 잘 끝났다. 현재 재활 중인 이 시기에도 나를 감싸준 병원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재활은 생각보다 고된 과정이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발목 상태를 보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교 수업이 없는 공강과 휴일을 이용하여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꾸준히 충격파 치료, 그리고 하체 근력과 밸런스를 기르는 재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최대한 많이 수강하며 학업에도 큰 문제가 없도록 노력 중이다.

나는 이번 아팠던 경험을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위로와 공감, 다정한 말 한 마디가 지금 절망 속에 있는 어떤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발목 수술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명확하다. 내가 조금만 용기 내면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 있는 위로와 공감, 그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는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한 시간이었다. 
#위로 #재활 #발목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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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자 윤진민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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