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는 반려견들1:1 수업부터 단체 그룹 수업 등, 펫티켓을 같이 공부하고 연습하는 반려견들이 늘어나고 있다.(자료사진).
최민혁
반려견 B를 만나본 결과, 산책할 때 걷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여유가 없었다. 어딘지 불안하고, 흥분된 상태여서 흡사 산책이 아닌 경보 같을 정도였다.
이 부분을 말씀드리자, 보호자님은 내게 그간 최선을 다해서 B를 교육해왔다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네에서 그저 덩치 큰 개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 하나로 생전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욕도 들어보고, 싸움도 하게 됐다는 것. 산책이 편안하기보다는 빨리 해결해야 하는 숙제처럼 됐다고 터놓으셨다.
그게 어떤 말인지, 현장에서 교육을 하다가 마주하고야 말았다. 3회 차 수업 때 일이었다. 사람이 붐비는 인근 공원 초입에서였다. 잠깐 B를 앉게 한 뒤, 공원에서 해야 할 교육을 미리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 한 흰 머리 어르신께서 B를 보고는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는 이내 지팡이로 삿대질을 하시며 따지듯 물었다.
"이거 뭐, 개 훈련 하는 거야? 이런 개가 훈련한다고 뭐 교육이 되겠어? 이 큰 개가 사람 물면 어쩌려고 그래. 입마개를 시켜, 아니면 (사람 없는) 산으로 다녀."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앉아서 기다리던 개는 어떠한 위협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고, 반려견과 보호자 가만히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B의 사연 말고도 교육 중에도 비슷한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 SNS '입마개 시비'로 검색해보니, 비슷한 일이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는 듯했다.
공격성이 있고 주의를 해야 되는 개와 법적으로 정해진 5대 맹견(*도사견, 스테포드셔 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포드셔 테리어, 롯트 와일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이 견종들의 믹스견)은 당연히 입마개를 하고 교육을 해야 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에도 사람에게 위해를 주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보호자와 반려견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입마개를 강요할 순 없다. 법적으로 필수인 맹견이 아니라면, 입마개는 어디까지나 보호자의 재량인 것이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