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텃밭을 어슬렁거리는 동물 친구들
박은영
아버지는 누군가와 열심히 채팅을 하신다 싶더니, 급하게 나가 벌레가 난 쌀 한 포대를 안고 자랑스럽게 집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베란다에 자리를 잡고, 받아 온 쌀을 정리하며 혼잣말을 하셨다.
"쌀을 어떻게 그냥 버려, 아깝게."
아버지의 그 마음을 내가 어찌 모를까. 나도 슬며시 베란다로 나가 아빠와 함께 쌀알들을 쓸어 모았다.
중고거래에 떠오른 아빠 생각
6.25 전쟁 직후, 가난한 시골 마을 5형제의 셋째로 태어난 우리 아버지. 그 당시 대식구가 먹을 음식은 늘 모자랐고, 쌀 한주먹에 물을 가득 넣고 끓인 죽이 주식이었다고 했었다.
밥그릇에 흥건히 담긴 물을 다 마시고 나면, 남은 쌀알들을 긁어 모아도 숟가락 하나가 찰까 말까 했다고. 그래도 퉁퉁 불은 그 쌀들을 입안에 넣고 오래 씹으면 그렇게 고소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었다.
그런 아빠를 보며 나는 말했다.
"아빠, 이렇게 아끼는 것도 좋긴 한데... 그래도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사드시고, 이제 좀 그렇게 사셔."
"그럼 그럼, 그렇게 살고 있지. 내 걱정 말고 너나 잘 챙겨 먹고... 아끼지 말고 누리면서 살아."
아버지가 당근에서 받아온 벌레난 쌀을 정리하며, 늘 빚진 것 같은 내 마음을 주제넘은 잔소리로 입 밖으로 내봤더랬다.
다시 여기는 동경. '캬로♪' 내 폰에 설치된 당근에서 알림음이 들렸다.
버릴까 했던 딸아이의 작아진 신발을 모아 출품했더니 금세 구매 희망자가 채팅을 보내온 것이다.
거래 장소는 집에서 약 400m 떨어진 공원. 약속 장소에 나가 보니 앳된 얼굴의 여자분이 한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