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인 이창환씨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전범기업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자산 강제매각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배상 신속 판결하라" ⓒ 유성호
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29일 양금덕 할머니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그러나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았고, 강제동원 피해자와 지원단체는 일본 기업의 국내자산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했다. 해당 사건은 일본기업의 항고·재항고로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그 사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전범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재단은 모금된 돈을 법원에 공탁하려 했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며 '불수리'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꼬깃꼬한 메모지를 들고 선 이창환(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 아들)씨는 "이 자리에 고통스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서 있다"며 "강제노역을 우리 국가와 기업이 동원했나. 왜 우리 정부와 기업이 배상해야 하나"라고 운을 뗐다.
이씨는 "아버지는 2018년 대법원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렸을 때 '가해자인 전범국 일본과 전범기업(일본제철)을 용서하기 위해 75년을 투쟁하며 기다렸다'고 말씀하셨다"며 "이런 아버지의 바람에 그들은 용서받기 위해 무슨 노력을 어떻게 했나. 최소한의 반성과 진솔한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나"라고 말했다.
더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자국민의 생명·재산·이익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 책무이고 최고의 가치"라며 "제발 정신을 차리고 국격을 세우고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내지 마시길 바란다. 전범기업 압류재산 강제매각 신청을 하루빨리 결정해 주시길 우리나라 대법원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법원은 때로 어떤 사건에 판단을 내리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지금 대법원은 판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며 "구체적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데 왜 사법부가 나라 걱정을 하며 판단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이 결정을 미루는 이유는) 일본 기업 자산에 매각 명령을 결정해 경매가 이뤄지면 (일본과의) 외교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그러나 사법부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일본 시민단체 "경제와 안보 이유로 피해자 무시"

유성호
이날 회견엔 일본 시민단체 또한 참석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강제동원 피해자 돕는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연락회' 소속 나카가와 미유키씨는 "일본 정부와 기업에 근본적 책임이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경제와 안보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무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다시 전쟁할 수 있는 준비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핵심 내용은 한반도에서 식민지배 당시 강제동원된 재일조선인들의 영주권을 빼앗으려는 것"이라며 "저희들은 식민지배 책임을 묻는 투쟁에 제3자 변제안이 아니라 (또 다른 전범기업인) 후지코시로부터 직접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차라리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스스로) 엎으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양금덕 할머니는 호적으로만 따져도 연세가 95세, 이춘식 할아버지는 100세를 넘기셨다"며 "두 분은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계신데 (대법원이) 이분들의 체력,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대법원의 침묵은 누굴 위한 침묵이자 방관인가"라며 "전범기업 요구, 외교부 요청을 다 들어주고, 용산 눈치를 보면 마지막 정의를 찾기 위해 법원을 찾을 이유가 어디에 있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지려고 할 때 바로잡아야 될 곳이 어디인가"라며 "고민스러우면, 걸리는 게 있다면 전범기업의 손을 들어주시라. 고령의 피해자들을 이렇게 붙잡는 것은 이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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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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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눈치보는 대법원, 이럴거면 판결 엎고 전범기업 손 들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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