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써 내려간 버려진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 아이의 허락을 구하고 첫 페이지를 사진에 담았다.
김보민
비 오는 토요일 오전 내내 우리는 산속에서 그저 생경하게만 보였던 자동차를 또다시 끄집어냈다. 아이는 집에 돌아오는 내내 자동차에 대한 생각을 줄곧 했다며, 이야기를 상상하고, 공책에 담으며 즐거운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자동차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아이의 이야기는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우리는 태어날 때 모두 예술가로 태어난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눈 앞에 없는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어내고 창의적으로 놀고... 아이였을 때 예술가였던 우리는, 각자 가진 것을 발현시키기 전에 이미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 애만 쓰다가 나름의 고유한 기질을 다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다양한 경험 중요하다지만... 아이들에겐 부족한 '놀 시간'
고백건대, 나는 게으른 엄마 축에 속한다. 싱가포르에 살 때에는 직장을 다니느라 아이들을 학원과 같은 방과 후 활동에 데리고 다니지 못했다. 주말에도 어른들이 공원, 놀이터, 바다로 나가 노느라 아이들은 학원 근처에도 못 갔다. 미국에 와서는 차를 타고 이동해 어딘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기가 귀찮아서 학원을 못 보냈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그 흔한 피아노 학원은 몇 개월 다니다 말았고 미술 학원, 수학 학원은 다녀본 적이 없다. 언젠가 아이들이 왜 학원에 보내주지 않았냐고 툴툴거리면 나를 탓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아이가 어릴 때 다양한 경험에 노출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켜보고, 잘하는 건 뭔지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꼭 뭔가 경험하기 위해, 자기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해 기관에 등록하고, 남들이 하는 방법과 똑같이 배워야만 하는 것일까? 이 점에서 나는 약간의 의문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