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실질성장률·실질근로소득 추이
통계청·한국은행
근로자가 대상인 '실질근로소득'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실질근로소득은 2023년 이후 급락 추세로 전환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사태 이후 최대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1.3% 성장했음에도, 실질근로소득은 작년 4분기 –1.9%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9% 역성장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했음에도 코로나사태에 준하는 소득충격이 발생한 것이다. 건전재정의 뿌리인 "기업 확장재정·민생 긴축재정"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민생경제는 결코 소득충격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소득충격이 장기화될수록 내수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중장기 균형재정의 틀 안에서 "기업 균형재정·민생 확대 재정" 기조를 입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즉, 민생경제를 위한 근본 대책을 탑재할 수 있는 재정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첫째, 민생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2차 물가대란 사태가 발현하면, 천하의 민생대책을 추진한다 해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둘째, 특단의 소비진작책을 마련해 만성적인 내수불황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민생회복지원금'도 먹고사는 문제로 바라보면 경제정책이고, 건전재정의 눈으로 보면 퍼주기 포플리즘이 된다. 지금의 민생경제를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선별이든 보편이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셋째, 민생 확대 재정의 틀 안에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추진해 경제가 성장해도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제 어려울수록 세 부담 늘어나
정부가 밀어붙이는 민생정책들은 잘못된 과녁을 겨누고 있다. 2023년 기준, 가구의 소득 구성을 보면, 근로소득(63%)과 사업소득(20.6%)이 전체 소득의 83.6%를 차지하지만, 재산소득 비율은 1% 정도다. 반면,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과녁이 아니라, 1%에 불과한 재산소득과 관련된 규제 완화에 편중되어 있다. 개인투자자를 위해 금투세, 주식양도세, 상속세를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 부동산 규제 완화가 대부분이다. 가계소득의 84%를 차지하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제고를 위한 소득증진책이나 소비진작책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작금의 민생 대란 사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실질소득을 늘려 소비 여력을 제고하는 길뿐이다. 민생 확대 재정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소비 여력을 높이는 내수진작책인데, 민주당이 제안한 "민생회복지원금"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근로소득세 세법 개정을 통해 세수 부담을 완화해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안이다. 불합리한 근로소득세 체제를 현실화해 법인세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소득세 물가연동제" 이슈가 여기에 속한다.
근로소득세를 둘러싼 쟁점은 법인세처럼 세율 인하를 통해 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아니다. 세율은 그대로 적용하되, 물가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세율구간을 정상화해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현행 근로소득세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세율 구간이 물가를 반영하지 못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이 늘어나는 자연 증세가 일어나는 구조라는 점이다. 즉,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명목소득이 늘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