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이 고향인 경기도 포천을 안내하는 책 <포천>.
21세기북스
경기도 포천시는 이지상의 고향. 이번 책에서 그는 포천의 산과 호수, 숲과 거리를 수십 번 거듭 살펴 걸으며, 제 고향의 진면목과 숨겨진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앞서 언급된 '도슨트(docent)'는 안내자 혹은, 길잡이로 해석이 가능한 단어다.
책에 수록돼 포천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사진도 모두 이지상이 직접 촬영한 것이다. '팔방미인이 쓴 흥미로운 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경기도 사람과 여타 지역 사람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다. 이지상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부탁했다. "그럽시다." 시원하고 흔쾌한 대답으로 시작된 기자와 이지상의 제법 길었던 대화. 아래 그걸 요약한다.
"포천 100여 번 넘게 다녀... 어머니 목소리 듣는 것 같았다"
- 포천은 당신의 고향이다. 그러나, 고향에 관한 책을 쓰는 건 다른 문제다. 집필의 이유는.
"출판사로부터 집필 의뢰를 받았다. 대한민국의 곳곳을 책을 엮어 안내하는 '도슨트 시리즈'를 기획 중이었는데 '포천'편을 내가 쓰게 된 거다. 지역의 역사와 문학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심도 깊은 인문 안내서 집필을 주문받았다. 책방을 꼭 넣어달라는 부탁이 인상적이었다."
- 취재를 위해 소요된 시간과 공력이 적지 않았을 듯하다. 지치고 힘들 때 에너지는 어디에서 얻었나.
"계약서에 도장 찍고 출판까지 4년 정도 걸렸다. 첫 문장을 바로 시작하지 못했고 최초 6개월 정도의 사전 취재를 거친 후 취재와 집필을 반복하는 형식이었다. 고향을 찾아가는 일은 묻어 두었던 옛 기억을 소환하는 일이다. 찾아가는 동네마다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다. 각색되지 않고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저장돼 있던 오래된 풍경들은 더없이 좋았다. 집필 기간은 3년 정도였는데 지칠 일이 없었던 이유는 그때마다 충전되는 그리움이라는 양식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 포천은 당신이 '나의 하느님'이라 부르는 어머니가 살다가 돌아가신 곳이다. 거길 다녔으니 당연지사 어머니를 떠올렸을 텐데.
"난 자연을 신으로 믿는 사람이다. 내가 익혀왔던 자연의 중심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있었다. 모든 순간 내가 신께 나의 기도로 의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믿는 신이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다.
포천의 25곳을 선정하고 100여 번을 넘게 다니면서 그리움의 흔적을 적어내는 일은 거기서 어머니와 나눈 대화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픈 다리로 절며 평생을 사신 어머니가 장터로 가신 길을 함께 다녔고, 생전의 어머니가 한 번도 다녀가지 못했던 포천의 명소도 함께 걸었다. '여기 참 좋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을 어머니의 육성을 환청으로나마 듣는 순간이었다."
길 걸으며 점차 떠오르는, 학창시절 함께 보낸 벗들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