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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라파 난민촌 공격에 미국 "선 넘지 않았다"

백악관 "이스라엘군, 라파서 대규모 지상전 안 했다"... "흐릿한 레드라인" 비판

등록 2024.05.29 13:06수정 2024.05.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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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으로 불타는 라파 난민촌 (라파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팔레스타인 응급의료팀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이들이 최소 35명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불타는 라파 난민촌(라파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팔레스타인 응급의료팀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이들이 최소 35명이라고 전했다.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의 난민촌을 공습해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으나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이 선을 넘지 않았다고 감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렸지만 지난 26일 라파 서부 탈 알술탄 난민촌을 공습해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으나, 이스라엘은 더 나아가 28일(현지 시각) 탱크를 앞세워 라파 도심에서 본격적인 시가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라파에 탱크 진격했는데... 백악관 "하마스 압박 목적"

그러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도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지상전을 벌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지 않는다"라면서도 "현재까지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탱크 한 대, 장갑차 한 대 정도로는 새로운 지상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이스라엘군의 탱크는 라파 외곽에 있으며, 이는 라파에 있는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벌일 경우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경고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커비 보좌관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이스라엘군이 라파 중심부의 인구 밀집 지역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라며 "이는 대규모 병력이 종대 및 대형을 갖춘 일종의 조직화된 기동으로 진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도 라파 난민촌의 민간인 사망에 대해 "비극적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라파의 하마스 기지를 정밀 타격해 고위 간부 2명을 사살했다면서 지상전에 돌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AP통신, BBC방송 등은 이스라엘군이 라파 서부의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진격하고 있으며, 탱크의 포격을 받아 여러 명이 심각한 상처를 입은 현장 영상과 주민들의 목격담을 보도했다. 

이스라엘 라파 공세에 난감한 미국... "흐릿한 레드라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공습에 대한 미국 백악관의 입장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공습에 대한 미국 백악관의 입장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뉴욕타임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려 있는 라파를 향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미국도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유대계 자금 지원과 아랍계 표심 어느 한 쪽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라며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책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 칼레드 엘진디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레드라인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설정했다"라며 "이스라엘이 반드시 그 선을 넘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에 구속받기를 원치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비 보좌관은 "라파 난민촌 공습은 가슴 아프고 끔찍하다"라며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을 잃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스라엘에 최선의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우려된다"라며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은 미국에도 이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으나, ICC를 제재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결정에는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이날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의 라파 난민촌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숨진 것은 비극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조차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공습이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레드라인을 넘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미국 #가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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