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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직속상관 "정신병원 입원... 책임 회피하지 않겠다"

전 포7대대장 이아무개 중령... 변호인 통해 입장문 공개 '고립된 생활, 우울장애'

등록 2024.05.29 14:57수정 2024.05.2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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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2일 오전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출두한 해병대 제1사단 제7포병 대대장과 김경호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지난해 예천군 수해로 순직한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 4월 22일 오전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출두한 해병대 제1사단 제7포병 대대장과 김경호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지난해 예천군 수해로 순직한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연합뉴스
 
[기사 수정 : 29일 오후 5시 50분]

지난해 7월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당시 채 상병의 직속상관(해병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이 정신병동에 입원 치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이 중령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포병 7대대장 오늘 정신병동 입원에 앞서 입장문'을 공지하고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 중령은 당초 군의관 소견서를 받아 2주~한 달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병실이 없어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폐쇄병동에 입원을 앞두고 있다. 군의관은 소견서에서 이 중령이 앓고 있는 증상을 '우울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조직으로부터 이렇게 내팽겨쳐지는구나... 정말 죽고 싶었다"

이 중령은 김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대대장으로 고 채 해병의 장례식도 보지못한 채 5개월여 부대와 분리되어 일정한 장소에 하는 일없이 출퇴근만 하며 부대원들과의 연락도 하지 못한 채 고립된 생활을 하다보니 죽으려고 하다가 정신과 치료를 통해 버티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또 "중령급 간부들을 모아서 소집교육을 할 때에도 부르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데 조직으로부터 이렇게 내팽겨쳐지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정말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채 상병 장례기간 중에도 "눈물 흘릴 자격도 없다. 네가 안 해서 내가한다는 등의 말을 들으며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면서 "저만 보면 수근대는 것같아서 바깥활동도 할 수 없었고 아는 사람을 볼 때면 피해 다니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이 중령은 사고 이후 채 상병의 어머니를 찾아 뵙고 사죄를 드렸다면서 "현충원을 방문하여 참배하고 문자를 드리며 죄송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뉴스에 관련기사가 나올 때마다 꿈속에 나타나서 저를 괴롭히는 상급자들과 모든 변명들이 힘들게 해서 약을 먹지 않고는 생활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정신과 치료 사실을 밝힌 이 중령은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 슬프고 포기하고자 하였을 때 입원을 하자고 하여 가족을 불러 입원을 하게 되었다"면서 입원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유성호
 
"지휘관으로서 받아야할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이 중령은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조직을 사랑하고 전우를 사랑한다. 내팽겨쳐지는 현실에 죽고싶은 마음 뿐"이라면서 채 상병의 부모를 향해 "지휘관으로서 제가 받아야할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김경호 변호사는 "포병 7대대장 변호인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채 해병 특검법 폐기와 함께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착잡하다"고 밝혔다.

한편 채 상병 사고 직전까지 포7대대에서 근무했다가 다른 부대로 전출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예비역 해병 중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 <캡틴 김상호>에 출연해 이아무개 중령에 대해 "항상 새벽 4시, 5시에 출근하셔서 각 중대를 순찰하면서 특이사항 있는지 확인하시고 늘 가장 먼저 출근하셔서 가장 늦게 퇴근하시는 지휘관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 중령은 항상 간식을 챙겨들고 격리된 장병들을 자주 찾아왔었다면서 "모든 간부들과 병사들이 포7대대장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포7대대장 #김경호변호사 #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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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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