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아버지인 문군옥(77)씨가 30일 부산지방법원 청사 앞에서 '아들의 죽음과 관련한 관련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김보성
"빨리 처벌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답답해"
30일 부산지법 254호 법정을 빠져나오던 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아버지인 문군옥(77)씨는 한숨부터 푹푹 내쉬었다. 한참 동안 재판을 기다렸지만, 당장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세상을 떠난 아들 생각에 문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방청석에 앉아 재판 과정을 지켜본 그는 "사람이 죽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라고 한탄했다.
이날 법원에서는 형사2-1부 심리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한국마사회 관계자 항소심 공판 기일이 진행됐다. 검찰은 2019년 조교사 선발계획안이 담긴 워크숍 문건 등을 놓고 증인 신문을 이어갔다. 피고인들과 관련성을 확인해 혐의 입증을 하겠단 취지였지만, 결국 시간이 더 필요했다. 검찰은 내부 문건을 더 살펴보겠다고 밝혔고, 재판부와 피고인측도 이에 동의하면서 다음 일정은 7월 4일로 정해졌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지난 4월 4일 이후 약 60여 일 만이다. 2022년 6월 2심이 시작된 뒤 벌써 두 해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앞서 2021년 11월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은 조교사 선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전 경마처장 A씨 등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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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A씨가 개업 심사에 지원한 B씨 등 2명의 자료를 미리 검토하는 등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2년 각각 구형했지만, 1심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번 사건은 상급심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문 기수 유가족은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구조적 비리를 밝힐 기회로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내왔다. 5년 전인 2018년 문 기수는 "더럽고 치사해서 더는 못하겠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그는 조교사 면허를 따고도 5년간 마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사태로 경마장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갑질 구조, 조교사 개업 비리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대책위를 꾸린 유족·노동시민사회는 99일간의 거리투쟁 끝에 어렵사리 재발방지 합의를 끌어냈다.
그러나 사건은 아직 종료된 게 아니었다. 40살밖에 안 된 아들을 먼저 땅에 묻은 뒤에도 부친인 문씨는 여전히 법정을 찾고 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재판 결과를 확인하겠단 것이다. 1심 소식에 오열했지만, 남은 2심에 기대를 건다. 그는 "아들의 외침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사법부를 향해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