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윤순임 헤어 실장의 모습.
안지혜
"이제 사회에 갚아야 하는 생각... 복지에 관심 생겨"
지난 3월부터 근무했다는 그의 이름 앞에는 '장애인 전문 미용실의 미용사'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그 시작은 어디서 출발했던 걸까.
"대략 25년에서 30년 정도 미용 현장에서 있었어요. 제 개인 숍을 운영하다가 이제 애들을 다 키우고 나니 경제활동을 통해 큰돈을 벌어야 하는 부담이 줄게 됐죠. 이제 사회에 좀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복지 쪽에 관심이 생기게 됐어요."
그가 그렇게 사회복지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던 찰나,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서 근무할 미용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복지 쪽에 관심은 많았지만, 미용이랑 전혀 다른 분야니까 '내가 어떻게 이 분야에 진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사회복지사인 새언니가 이 구직 공고를 보여줬어요. '지원해라. 고모밖에 없다. 가야 된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지원했죠."
'청각장애인 손님들은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시는지' 물었다. 그는 주먹을 쥔 상태에서 새끼손가락을 펼친 채 턱에 갖다 대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괜찮냐는 뜻이거든요. 말하지 못하는 분들께는 간단한 수화를 사용해요.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펴고 얼굴 보조개 부위에 대어 돌리며) 이건 예쁘다인데, 이거 두 개면 해결되더라고요."
찾아오는 손님들의 장애 스펙트럼은 다양했다고 한다. 이들이 지금껏 일반 미용실을 사용하며 불편했던 점도 다양했을 터다.
"자극에 예민하신 분들은 항상 여쭤보고 터치해요. 소리나 자극에 예민하신 분들께는 주로 가위를 사용하죠. 가위로 하면 아무래도 바리깡보다는 소리가 좀 작거든요. 근데 그 소음에도 예민할 수 있어요. 실제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온 적이 있는데, 머리 자르기를 싫어해서 1시간쯤 따라다니면서 가위로 머리를 잘라준 적이 있어요. 기존에는 강제로 아이를 꽉 잡아놓고 머리를 자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시각장애인 손님들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져보며 헤어스타일을 파악하세요. 그리고 그분들이 댁에 돌아가면 가족들이 다들 보고 얘기해줄 거잖아요. 그래서 예전에 왔다 가신 분들은 '저번에 예쁘다고 해줬다'고 하셔서 다시 그렇게 잘라드려요."
윤씨도 장애인 손님들을 대하며 새롭게 배우게 된 것이 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손님에게 '일상생활에서 불편하신 부분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듣게 된 답이었다고 했다.
"그분이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몸을 터치하며 이끌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냅다 손 잡고 이러면 몹시 싫어요. 오른쪽 2시 방향으로 가세요. 이렇게 말해줘도 다 아는데 말로 안 해주더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앞으로 시각장애인 분을 길에서 마주치면 '말'로 알려드려야겠구나 생각했죠.
그리고 그분이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우측통행 규칙만 다 지켜도 불편하지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이 우측통행을 하지 않아서 자꾸 부딪히게 된다. 우측통행을 하는 것만 지켜도 시각장애인을 크게 도와주는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면 몰랐을 부분들이죠."
"특별할 거 없다, 똑같은 고객님일 뿐... 머리만 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