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월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당원주권시대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컨퍼런스에서 지난 총선 낙선자와 당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딱 여기까지라고 말해야 한다. 그것은 필요하지만 정치개혁 과제에서 가장 시급하지도 가장 중요하지도 않은 것이므로, 진정한 정치개혁의 과제를 미루거나 도외시하게 만든다.
첫째, 한동훈 전 위원장은 지구당 부활을 "정치영역에서의 '격차해소'"라고 정의했다. 나는 묻고 싶다. 누구와 누구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인가? 국회의원 정치인과 원외 정치인 사이의 격차를 말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런 것이다. 상위 10%의 소득과 자산이 전체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민 전체의 소득-자산 격차를 줄이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상위 1%와 5% 사이의 격차 해소안을 내놓고 '소득 격차 해소'라고 말하는 것 같은 것이다. 지구당 부활 주장이 '그들만의 리그'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다.
더 나아가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권'을 강화해 '대권'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지구당 부활 카드를 꺼냈다는 중론이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강성 지지층과 온라인 조직력을 지구당의 오프라인 세력화로 연결시킬 수 있고, 원내 기반이 약한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원내보다 많은 원외 위원장의 지지를 엮어 힘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다면 지구당 부활은 '대권 주자들의 리그'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격차해소"라고?
둘째, 기득권 양당 체제를 전혀 위협하지 않는, 아니 기득권 양당 체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개혁'이다. 지구당이 생겨 경상보조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보조금이 많아야 지원도 많이 할 것이 아닌가?
2023년 경상 국고보조금 총액은 476억 원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46.9%, 국민의힘이 42.5%를 가져갔으니 양당이 89.4%를 가져 간 것이다. 기득권 양당에게만 유리한 정치자금법 국고보조금 조항(정치자금법 제27조)을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영역에서의 격차해소"인데, 이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 지구당 지원만 가능케 한다고 정치개혁인가?
영국 노동당이 노동조합의 후원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동조합 등 단체(정치자금법 제31조)는 물론이거니와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의 개인 후원금(정치자금법 제8조 1항)도 금지돼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토호들과 개발업자들의 돈이 원외 정치인과 '정치신인'으로 흘러들어 가고, 당선이 되자마자 지역 토건사업을 일으키느라 정신이 없게 된다. '은혜'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선거가 다가오면 '업자'들이 연합하여 특정 후보를 '몰빵 지원'하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따라서 정치자금법의 이 규정도 바꿔야 한다.
정치자금 세액공제 제도(정치자금법 제59조)도 불완전한 제도다. 연간 10만 원까지는 100/110, 10만 원 초과분은 15%, 3000만 원 초과분은 25%까지 감면해 주는 것은 '세액'이다(지방세 10/100 추가 공제). 다시 말해 세금을 연간 10만 원 미만으로 내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혀 혜택이 없는 제도다.
그래서 이 제도는 가사노동자, 학생, 취업준비생, 실업자, 저임금 노동자나 저소득층에게는 아무 혜택이 없는 중산층 이상-중장년 남성 중심의 제도라고 비판받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서 선거 때마다 시민 모두에게 25달러 쿠폰 네 장을 선지급해서,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에게 후원할 수 있게 하는 '데모크라시 바우처(Democracy Voucher)' 같은 정치시민배당(정치기본소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