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발견된 북한 오물 풍선 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도로에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이 떨어져 있다. 2024.6.2 [인천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이런 엄중한 사건에 우리 군의 초기 대응은 어떠했나. 어떻게 우리 방공망을 뚫고 북한의 풍선이 내려올 수 있었나.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5월 3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풍선을 격추하게 되면 낙하하는 힘에 의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안에 위험물이 들어있을 수 있다. 그것이 오히려 확산되면 더 회수가 어려워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이다. '풍선에 위험물이 들어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전방에서 '의도적으로' 격추하지 않고, 풍선에 실렸을 가능성이 있는 위험물질이 서울에 투척 될 때까지 기다렸다는 말인가? 필자는 북한의 풍선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이 매우 안일했다고 평가한다.
풍선 격추가 남북간 또 다른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따는 우리 군의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총기로만 북한의 풍선을 격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군이 총기 격추 외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윤 정부는 이번 오물 풍선 남하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윤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 충돌 원하나?
북한의 오물 풍선 남하를 저지하지 못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9.19 남북군사합의 전부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6월 4일 국무회의를 통해 '남북한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남북군사합의 '전부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이를 재가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1월 이미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을 정지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의 위험천만한 풍선 남하를 저지하지 못한 윤 정부가 9.19 군사합의의 준수를 북한에 요구하진 못할망정 그나마 남아 있던 안전장치를 스스로 해제해버렸다는 점이다. 9.19 군사합의가 효력을 발휘했다면 북한의 오물 풍선도, GPS 교란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남북 접경지대에서 군사적 안전장치를 스스로 해체해버린 셈이 됐다. 이제는 언제라도 남북의 물리적 충돌이 가능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한반도에서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