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
도희선
손위 동서들이 손에 보랏빛 물을 들이며 오디를 먹는 것을 보고서도 그 맛이 딱히 궁금하진 않았다. 동서들은 어릴 적 오디를 따 먹던 추억을 들먹이며, 연신 오디가 어디에 좋고 어떤 증세에 효과가 좋다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손님들을 배웅하고 주차장 앞에 있다는 오디나무를 보러 갔다. 큰 나무가 두 그루나 있었다. 포도송이의 축소판 같은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다.
원래는 다 익으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보랏빛이지만 대부분 빨간색을 띠고 있었다. 찔레꽃을 보러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오디가 열리지 않아 뽕나무인 줄 몰랐다. 이사 온 지 3년이 되도록 어떻게 코 앞에 있는 걸 몰랐지 하고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남편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예사로 생각했단다.
나무에 빨갛게 달린 오디를 보니 어디에 얼마나 좋은지 궁금증이 일었다. 오디는 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이 약 1.5배 많아 항산화작용이 탁월하며 고혈압과 고지혈증 예방, 당뇨병과 탈모예방, 빈혈, 신경 안정에도 효능이 뛰어나다고 적혀있다. 세상에, 이쯤 되면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게다가 갱년기 증상 완화와 저칼로리 식품이라 다이어트에도 좋다니 내게는 금상첨화다.
오디가 익기를 기다린답시고 이틀을 기다렸다가 내려가 보니, 맙소사, 볕이 좋아서인지 오디가 그새 까맣게 익어 바닥에 수북하게 떨어져 있었다. '아까워서 어떡해',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 그 와중에도 머리 위로 연방 오디가 톡톡 떨어졌다. 나뭇가지에 달린 새까맣고 윤이 반들반들한 실한 놈으로 골라 입 속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