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암컷이 산란 후 장기간 포란을 시도했던 2018년의 모습.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물론 두루미 부화를 돕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에코코리아가 두루미들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고, 고양시 공원관리과는 관람객 차단막을 설치하는 등 포란과 산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 역시 5월 12일에 알을 낳았는데, 곧 산란을 포기해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무리생활을 하는 두루미의 특성, 비좁고 열악한 사육장 여건, 관람객 밀도로 인한 스트레스, 전문 사육사 부재 등을 고려할 때 부화까지를 기대하는 건 애초 무리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8년째 산란만 하고 포란·부화에는 번번이 실패하는 현상 자체가 사육환경의 한계를 방증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폐장이 수순' vs. '개선해서 유지해야'
호수공원 작은동물원에는 두루미 부부만 있는 게 아니다. 건너편 계사에는 공작새와 금계, 오골계 등 5종의 새들이 살고 있고, 그 옆에는 미어캣과 토끼, 다람쥐 등 작은 동물들이 이웃하고 있다. 이처럼 다종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작은동물원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앞서 말했듯 두 가지 상반되는 시선이 공존해왔다. 그 중 현재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면, 폐장의 수순을 밟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됐다고 해서 무조건 폐장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수년간 호수공원 작은동물원을 즐겨 찾았는 주엽동 주민 김수옥(가명)씨는 "오랜 세월동안 호수공원의 얼굴이었던 두루미들을 떠나보낸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두루미뿐만 아니라 작은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나처럼 애착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이참에 고양시가 과감하게 시설을 개선해 두루미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제대로 된 동물원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 역시 "두루미를 비롯한 동물들을 아무런 예고 없이 보내버리는 것도 시민들에게 예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우선은 작은동물원의 가치와 의미 등을 다각도로 짚어보는 공론화 절차가 있었으면 좋겠고, 보내게 되더라도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잘 보내주는' 과정이 뒤따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