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는 13일 오전 밀양 성폭력 사건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유지영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가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는 '국민의 알권리' 우선하는 생존권"이라며 피해자를 중심으로 밀양 성폭력 사건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2004년 당시 피해자의 최초 상담자였던 김옥수 전 울산생명의전화 가정·성폭력상담소장은 "당시 피해자 자매와 보호자는 성폭력 피해보다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를 더 크게 호소했다. 이후 상담자가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경찰 수사과정 중 발생한 2차 피해 정도는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심각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경찰은 피해자에게 "너희 때문에 밀양 물 다 흐렸다" 등의 발언을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한공간에서 대질신문했다. 또 출입기자들에게 수사 내용, 피해자 이름과 나이, 거주지를 적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간담회를 시작으로 밀양 성폭력 피해자 일상회복을 위한 모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모금은 13일 오후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되며 전액 피해자의 생계비로 사용된다. 13일 오후 4시 현재 269명이 782만원 모금에 동참했다(관련링크:
https://box.donus.org/box/ksvrc/donate-milyang).
김혜정 소장은 "이번 밀양 성폭력 사건 '재조명' 시기에 밀양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사람들은 주목했다. 가해자들이 여러 가족, 사회적, 지역적 자원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과 생계, 직업을 영위해가는 모습을 보았다"라며 "성폭력 피해자가 처하게 되는 환경과 조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모금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고 있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도 "20년이 흐른 현재, 피해자는 주거환경도, 사회적 네트워크도, 심리적·육체적 건강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정식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 및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거기에 전혀 예기치 못했던 온라인에서의 가해자 신상공개가 시작되면서 피해자는 또 다른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밀양 사건 피해자로 여기저기에 재소환되어 소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의 피해자가 더 이상 '평생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갈 사람'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이분이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사회적으로, 입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응징이나 처벌도 중요하겠으나, 피해자에 대한 단단한 지원이 더불어 연구되고 논의되기를 바란다"라며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예산이 증액되고 피해자 일상 회복이 단단해지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힘있게 울릴 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역시 정의로운 방법과 과정으로 심화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밀양 성폭력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여자 중학생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하고 그의 여동생을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사건으로 당시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공유하기
밀양 피해자 자매 "이 사건, 잠깐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지 않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