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표지.
저녁달
"자극과 감정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의 말이다. 어떤 사건(상황)에 반응하는 생각과 감정은 마음의 공간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상사의 폭언 앞에서, 배우자와의 다툼 이후, 자녀들의 버릇없는 언행에 곧잘 분노를 느꼈다.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 부정적인 감정으로 반응하는 순간들이 반복 학습된 결과였다. 우울한 정서가 쉽게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출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내 마음을 한번 더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우리의 뇌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감정과 생각을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삶을 이끌어가게 된다.
변하지 않는 업무 환경에 지친 마음은 진즉에 고갈됐다. 외부의 자극이 오기도 전에 감정과 생각은 부정적인 모드로 빠르게 전환됐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내 생각과 감정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건강한 마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책에 의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될 때 정서적인 공감능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정서적 공감능력은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인데,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이러한 과정들이 귀찮아지고 나아가 사람들이 싫어진다는 것.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도 공감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경우 내가 낯설어지고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함부로 대하며 무력감에 빠진다. 이럴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가까운 가족이다. 자신조차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가족을 사랑하고 위한다는 것은 빈껍데기만 남은 삶일 뿐일 테니까.
저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좋은 습관 만들기'를 제시한다. 좋은 생각과 좋은 감정을 선택하는 습관, 즉시 행동하는 습관이 그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의식적으로 좋은 생각과 감정을 갖고자 노력하는 것, 다양한 일상의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즉시 행동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어떤 것이든 21일을 반복하면 몸이 적응하고 66일을 지속하면 무의식의 영역에 자리 잡는다'고 한다. 입사 이후 10년이 넘도록 비관과 우울의 감정이 나를 이끌도록 삶을 방치해 왔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부정적인 마음이 내 삶의 주인이 되지 않도록 매 순간 좋은 감정을 갖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사무실에서 항상 어두운 표정으로 있었지만 요즘은 누군가와 대화할 때 표정을 밝게 하고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 도살장에 끌려가듯 집을 나서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출퇴근을 하며 응원의 말과 함께 아내와 아이들을 안아주려고 노력한다. 집으로 돌아온 뒤 업무에 찌든 상태로 있기보다는 긍정적인 말과 생각들로 나를 채우고자 수시로 마음을 점검한다.
기존에 없는 다양한 자극을 주며 환기를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퇴근 이후 거실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자녀들과 1시간씩 산책을 하며 나누는 이야기는 강한 동기부여와 인사이트를 준다.
"아빠는 왜 안 행복해?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아빠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나는 더 중요해."
글쓰기 플랫폼에 매일 감사일기를 쓴다.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고 때로는 감사의 제목이 없을 때도 있지만, 습관을 넘어 무의식의 영역에 긍정과 감사의 기운을 담기 위해서이다. 감사했던 일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은 밝고 건강한 것들로 내 삶을 채워 나가기 위한 자발적인 위로이자 다짐이다.
담배를 끊는 독한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몸에 각인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일이 너무 힘들어 한때 담배로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지금은 삶에서 니코틴과 타르의 흔적을 완전히 지웠다. 건강한 삶을 위해 다시 한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어간다면, 내 삶에 가득 묻어나는 부정적이고 우울한 정서를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