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도보 길에 있는 피크닉 테이블
제스혜영
며칠 전에도 무서운 일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두 마리의 개와 산책하는 할머니가 앞에 걸어가고 있었다. 검은 개 한 마리는 할머니 바로 왼편에서 걸었고 갈색 개 한 마리는 할머니 보다 두 걸음 앞에서 오른쪽 나무를 향해 킁킁거리며 걷고 있었다. 잠깐 멈춰서 걸어갈까도 생각했지만, 도로 폭이 내가 옆을 지나쳐도 괜찮을 것처럼 보였다. 조심조심 페달을 밟으며 할머니 옆을 지나치는데, 갈색 개가 갑자기 내 쪽으로 몸을 확 틀어버리는 게 아닌가.
개가 치일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나는 자전거 바퀴를 틀었고, 결국 숲 속으로 나가떨어졌다. 왼쪽 손바닥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사실 왼쪽 손바닥은 저번주 토요일에 자전거를 타다가 이미 다쳤던 자리라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살점이 크게 찢어졌다. 할머니도 놀랐는지 괜찮냐며 나에게 다가왔다. 사람은 참 웃긴다. 그렇게 아팠는데도 피가 나오는 손바닥을 허리 뒤로 감추고는 벌떡 일어나 괜찮다며 웃었다.
그 마력의 힘(?)으로 쓰러진 자전거를 발딱 일으키고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돌아왔다. 솔직히 자전거 탈 힘이 하나도 없었다. 왼쪽 복숭아뼈도 찌릇찌릇거리더니 거기서 피가 새어 나왔다. 청바지 끝이 복숭아뼈에 닿을 때마다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꿋꿋하게 걸었다.
차들은 많고 자전거 도로는 적은 한국
작년 이즈음, 한국 서울에 머물렀을 때 17살 조카가 자전거를 타고 학교 가는 모습을 보고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머리에 안전 헬멧도 없는 채로 산 꼭대기 우뚝 선 아파트에서 아래 경사진 도로로 내 달리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위험하지 않았냐고 조카한테 물었더니, 큰 도로 말고 골목골목 길을 따라 학교로 가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불안한 게, 한국 골목길에는 불법 주차된 차들이 많아서 길 폭이 더 좁아지는 데다가 쌍방향으로 오가는 사람을 피해서 가야 한다. 모퉁이에서 불쑥 끼어드는 차량들도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다는 말은, 자전거에 아주 능숙한 사람이거나 겁이 별로 없는 사람일 거란 생각마저 든다.
2018년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만 12세 이상 69세 이하 자전거 이용 인구는 전체의 33.5%였다. 2020년 영국 조사(National Travel Survey)에는 5세 이상 인구 중 47%가 자전거 이용,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인구의 20%였다.
자전거 타는 이용자의 수가 한국보다 영국에서 현저하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흔이 넘은 나도 자전거를 다시 탈 만한 환경과 분위기가 잘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