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프렌즈 방송
KBS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수많은 SNS가 발달했다. 너무나 가늘면서도 끊어지지는 않는 우정의 실. 요즘 20대, MZ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법과 친구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청년층이 전화를 피한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전화공포증'이라는 단어도 있다. 나도 비대면 소통이 가능한 문자나 DM(인스타그램 전용 다이렉트 메시지)이 좋다. 전화처럼 바로 대답할 필요도, 자리를 뜰 필요도 없어서다.
사실 처음 '전화공포증'이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성질 급한 나는 전화를 곧잘 하고, 낯을 가리는 엄마아빠가 문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대 문제라기보다는 개인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생각이 바뀌었다.
두 달 간 같이 일했어도 목소리를 모른다
회사에서 대학생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열었는데 내가 면접 담당자여서, 지원서를 낸 학생들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열에 셋은 서너 번을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대신 조금 뒤 문자가 온다. "누구세요?" 회사 소개를 문자로 남기니 그제야 전화로 사과한다. 나중에 말하길, 모르는 번호를 잘 받지 않는단다.
또 한 번은 지인의 소개로 거래처 신입과 연락할 때였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직원이었는데, 공연에 쓸 소품이 망가져 다시 제작해 줄 업체를 찾고 있었다. 도면을 새로 그리고 제작하는 등 약 두 달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없이 피드백이 오고 갔다. 그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놀라운 점이 보인다.
두 달이나 함께 일했는데도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모른다! 우리는 항상 카카오톡 메신저으로 작업물을 주고받았다. 답장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기 때문에, 서로 불편한 점을 몰랐다. 이쯤이면 사회가 정말 바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며 내가 놀란 점은 세대 차이, 거리감 등이 아니라 '전화 없이도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생각해 보면 나도 업무가 아닌 일반 상황에서는 온라인을 기본값으로 해 소통하는 때가 많다. 카톡이나 인스타그램은 물론이고, 취미생활을 할 때도 그렇다.
코로나 시즌에 유행한 게임이 있다. 바로 '어몽 어스(Among Us)'다. 우주선에 들어온 스파이를 찾는 PC게임이다. 자가격리 등으로 한가해진 찰나를 틈타 나도 게임을 깔아봤다. 그런데 이 게임은 특이한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유저 대부분이 디스코드(Discord)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음성채팅을 한다는 점이다. 빠른 속도감과 눈치, 말투의 변화 등으로 범인을 색출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재미를 위해선 빠질 수 없다.
이전까지 음성채팅을 해본 적이 없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몽어스를 포함해 각종 온라인 게임을 섭렵한 동창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가 내게 음성채팅 초대장을 하나 보내준다. 링크를 누르자 10명가량의 사람들이 접속한 채팅방에 들어가진다. 그들은 내 친구와 구면인 듯 편하게 안부를 물었다.
나도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듯 모니터에 대고 꾸벅 인사를 한다. 몇 번 게임을 하다 보니, 내 얼굴이 보이지 않고, 언제든 자리를 피해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를 편하게 만들어줬다. 그전까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음성채팅을 즐기는 줄 몰랐다. 풍월량, 녹두로 등 게임 스트리머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고, 별도 마이크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음성 채팅이 가능해진 게 진입장벽을 낮춘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