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사건이 발행한 직후, 사고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범인 고등학교 졸업식 행사에 참석했던 여학생을 향해 총을 쏘고 도주했다.
The Boston Globe 뉴스 화면 캡처
911에 전화했다
어여쁜 초여름 햇살은 변함이 없었다. 나와 친구는 지하 주차장에서 겪은 단 5분의 충격으로 백팔십도 달라져 있었다. 길가에 주차를 해두고 911에 전화를 했고, 우리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앰뷸런스 2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고, 우리가 빠져나온 주차장 인근 도로에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는 중이었다. 911 신고를 마친 나와 친구는 벌건 대낮에 총격 사건이 일어난 도시를 떠나 고요한 시골 동네인 우리 동네로 가자며 서둘러 차를 돌렸다. 빌딩 숲속을 한 블럭 이동했을 뿐인데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표정이 평온해 보였다. 어째서 우리는 이 평온한 점심시간에 총격자와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것일까.
친구가 운전해 가는 동안 뉴스를 검색했다. 우리가 방문한 씨포트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보스턴 소재 고등학교의 졸업식 행사가 있었다. 총에 맞은 여성은 졸업식에 참석했던 18살 졸업반 학생이었다. 사건이 있었던 직후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고, 총격자는 도주했다.
"보민,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총을 본 일은 처음이야. 이렇게 고급스러운 동네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총에 맞다니, 이런 비극이 이 나라 말고 또 있을까?"
총기 소지가 합법인 나라가 미국이고, 크고 작은 총기 사고가 수시로 일어나는 곳이지만 내 눈앞에서 이런 일이 펼쳐질 것이라 상상을 못 했다. '총기 사건'은 중동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는 뉴스를 읽는 것처럼 나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비극적이지만 나에게 만큼은 현실적이지 않은 뉴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