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걸스 대구 콘서트 아름다운 큰언니 66세 인순이
원미영
화려한 조명과 함께 번쩍이는 무대 위에서 검은색 의상의 멋진 '언니들'이 등장했다. 무대를 여는 첫 번째 곡은 < THE MOMENT >였다.
진한 화장과 의상의 효과였을까? 평균 나이 60.5세라는 그녀들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젊고 아름다웠다. 잔잔한 발라드와 파워풀한 댄스곡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언니들은 방송에서 선보였던 미션곡과 각자의 솔로곡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도전정신이 빛나는 아이돌 곡을 부르는 것도 놀라웠지만, 개인적으로는 명불허전 본인들의 곡을 부르는 게 더 좋았다. 입이 떡 벌어지고 귀가 호강하는 순간이다. 콘서트를 다녀온 뒤 출퇴근길, 프로그램에서 '은쪽이' 별명이 붙었던 이은미 노래를 몇 주 내내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그녀는 방송에서 힘들어서 체중이 빠져 노래하기 버겁다며 투덜대곤 해 '은쪽이'로 불렸다).
방송을 모두 챙겨보지 않았지만, 기사와 영상을 통해 골든걸스 이슈를 접했다. KBS 예능 <골든걸스>는, 인순이와 박미경, 이은미와 신효범 등 가수 4인이 박진영의 프로듀싱과 함께 그룹으로 활동하는 여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작년 10월 시작해 지난 1월 방영이 끝났다.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폭발적인 무대는 방송의 몇 배에 달하는 감동을 주었다.
인순이가 부르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듣다가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서른을 한참 지났지만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애잔하게 다가온다. 옆에 앉은 엄마에게 들킬까 부끄러워 얼른 눈물을 훔쳤다. 배우 전미도가 드라마에서 불러 전미도의 곡인 줄만 알았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2006년 신효범이 부른 노래였다.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이라 불리는 원곡자의 위엄이 느껴졌다. 엄마와 여동생의 손을 꼭 잡고 리듬에 맞춰 천천히 팔을 흔들었다. 신효범이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한 트와이스의 '필 스페셜'(Feel Special) 또한 여운이 남았다.
숨이 턱까지 찬 채 노래를 마친 그녀는 가사가 정말 멋지지 않냐고 읊조렸다. 팬들이 있어 자신이 존재한다는 말을, 가사를 빌려 대신하는 듯했다.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
That's what you do
Again I feel special"
애플워치의 소음 경고... 지금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