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2단계 스트레스 DSR' 실행은행권이 다음달 1일부터 새로 취급하는 가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한도를 '2단계 스트레스 DSR'에 맞춰 산출한다. 사진은 6월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민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충격으로 실질소득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코로나 민간부채는 부채함정에 빠져 백약이 무효인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부채(자영업자, 가계대출, 중소기업대출)는 증분만 10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하다.
설상가상으로, 국가재정은 작년 56조 원의 세수펑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부자감세 광풍에 힘입어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생 확대재정 여력은 사실상 소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선제적 '금리인하'가 유일한 부채대책인 이유다.
만병의 근원인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한, 보편적 부채위험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행은 물가에서 금융안정으로 정책목표를 전환하고 선제적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하고, 정부는 공공분야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 금리인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가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중단해 공공분야 기대인플레를 낮춘다면, 올해 7월 금리인하도 가능하다. EU, 캐나다 등 세계 주요국들도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번만큼은 부채발 경제위기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신용대란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민생부채 위기 키운 주범인 이유
자영업자대출을 키운 주범은 코로나사태이지만, 가계부채에 불을 부친 주범은 한국은행의 잘못된 금리정책이다. 한은의 금리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금리 길을 따라 부채의 궤도가 설정되기 때문이다. 얼추 10년 단위로 반복되는 금리 주기를 따라 부채 팽창과 '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 사이클을 반복한다. 금융위기를 수반한 '1994년 금리주기'나 '2004년 금리주기'도 그러했고, 코로나사태로 길게 늘어져 버린 '2015년 금리주기'도 그랬다.
부채 위기의 주범이 한국은행인 이유를 살펴보자. 글로벌 자산시장은 2008년 부동산버블 붕괴와 함께 부채를 덜어내는 디레버리징 과정을 거친 후 2015년 들어 재차 버블확정 국면에 진입했다. 저금리 환경하에서 부동산경기가 대세 상승국면에 진입하면서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팽창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으로 부채의 불길을 잡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 '2015~2018년 금리구간'이었음을 의미한다.
2015년~2018년 골든타임 기간에 미국 연준(Fed)은 9차례에 걸친 고강도 금리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 수준을 제로금리에서 2.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금리인상 방식도 2015년 1회 → 2016년 1회 → 2017년 3회 → 2018년 4회로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가계부채 양적 팽창을 조기에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2015년 80%, 2018년 78%, 2023년 76% 등으로 10년간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연준이 부동산 가격상승 초기 국면에서 과감한 금리인상을 단행해 가계부채 팽창을 조기에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국은행도 골든타임(2015년~2018년) 구간에서 5차례에 걸친 금리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2015년 2회 인하 → 2016년 1회 인하 → 2017년 1회 인상 → 2018년 1회 인상으로 3번 올리고 2번 내렸다. 즉, 골든타임 구간에서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이처럼 정책금리가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는 사이, 민간부채가 부동산 가격상승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즉, 지금의 부채버블 문제는 한국은행이 골든타임을 놓쳐 부채의 발화점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결코 민생부채 위기를 키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이번에는 금리하락 주기에서 똑같은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 '선제적 금리인하' 단행해 부채발 경제위기 진화해야
우리나라 금리주기는 산 정상에 오른 2023년 1월 이후 16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려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민생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2배 이상 급등하며 중산층과 서민경제에 보편으로 충격을 가하고 있다. 이번에도 한국은행이 실기해 고금리 충격이 장기화된다면, 한국경제는 부실이 추가 부실을 부르는 부채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