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관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의심되는 닭을 수거하고 있다. 2016.12.26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5일 경북 영천시에 위치한 2만 4000여 마리 규모의 돼지 농장에서 ASF가 확진됐다고 16일 밝혔습니다. ASF가 처음 발생한 지 4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해 양돈업계와 방역당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1]. 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조류에서 소 등을 거쳐 사람으로 감염될 수 있는 조류독감(H5N1)이 진화중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도 나왔습니다[2].
이와 같이 가축전염병이 창궐하면 최일선에서 확산 방지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가축방역관입니다. 가축방역관은 가축전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 농장 및 관련 시설을 방문해 검사·소독·격리 등의 방역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 제7조 2항에 따라 수의사가 맡아야 합니다.
근래 들어 감염병의 75%는 동물에서 유래한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3]. 가축방역은 제때 못하면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만큼 축산농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가축방역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가축방역관이 6명은 있어야 하는 전북 정읍시에는 2022년 하순부터 지금까지 가축방역관이 한 명도 없습니다[3]. 경기도는 올해 들어 퇴직 가축방역관 7명을 다시 가축방역 현장에 투입했습니다[4]. 이처럼 전국적으로 가축방역관이 부족합니다(관련기사:
수의사 가축방역관 부족 현상 '심각' https://omn.kr/21fe2).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한 가축방역관은 1152명(수의직 공무원 842명, 공중방역수의사 310명)으로 적정 인원(1954명)보다 802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축방역관 미충원율은 2023년 41.1%로 처음 40%를 넘어섰습니다. 2018년 22.9%, 2019년 29.5%, 2020년 31.2%, 2021년 33.0%, 2022년 37.0%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경남은 2023년 8월 총 31명의 가축방역관을 모집했으나 도청 소속 응시자는 3명에 그쳤으며 시·군별 모집에는 응시자가 없었습니다. 또 의령군·하동군·거창군은 가축방역관이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역시 '처우'
가축방역관 모집이 어려운 이유는 일은 힘들고, 급여는 낮고, 승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비상근무를 해야 하고 때에 따라 살처분도 합니다. 관할 구역이 아니라도 일단 국내에서 질병이 확인되면 역학조사도 해야 합니다. 공무원 7급으로 들어가 30년이 지나도 잘해야 5급일 정도로 인사 적체도 심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가축방역관을 하려는 수의사들이 줄고 있습니다.
반면 반려동물 진료 수의사의 비중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수의사회가 지난해 5월에 발표한 '2022년 수의사 신상신고 통계'(수의사법 제14조에 따라 수의사들은 주기적으로 자신의 신상정보를 대한수의사회에 신고해야 합니다)에 따르면 현업에 종사하는 임상수의사 10명 중 8명은 반려동물 진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5].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임상수의사 신고자 7990명 중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는 6513명으로 81.5%를 차지했습니다. 농장동물 임상수의사는 897명(11.2%)에 그쳤습니다. 특히 20대 수의사의 경우 93%가 반려동물을 진료하고 농장동물 진료는 3%에 그쳤습니다. 30대와 40대 수의사도 20대보다는 덜하지만 반려동물 진료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