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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예술인들이 의지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있다?

[인터뷰] 서인형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이사장

등록 2024.06.25 15:18수정 2024.06.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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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형 이사장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 이사장한국스마트협동조합윤솔지
 
문화체육관광부 '2021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소득 감소 등으로 예술인 개인이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 수입은 평균 75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통계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예술인들이 먹고살기 힘든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자 또한 13년째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극심한 난관에 닿을 때면,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하는 경우 많았다. 일시적인 아르바이트로 순간을 모면해오다 후반작업비용이 없어 다큐가 멈췄을 때 페이스북 페친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오는 재정난의 버거움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예술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스스로 뭉친 협동조합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진행하는 생활안정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프리랜서 예술가들이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보호하고자 만들었다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지난 21일 오후 불광역 근처 조합 사무실에서 서인형 이사장을 만나 행정가 출신인 그가 왜 2020년, 예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됐는지 들어봤다. 

-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예술인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큰데 반해, 그 정도가 바로 산출되지 않는 특징이 있어요. 예술가들의 창작이 수익으로 발생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늘 경제적으로 궁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수는 없고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겠지만, 사회는 5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적은 수의 예술인에게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 있어요. 간혹 예술인 개인이 주목받을 때는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주목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작가) 최고은 선생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예술인 복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예술인 복지 체제는 자리 잡지 못했어요. 이들을 위한 제도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예술인 관련 협동조합은) 그렇게 벨기에에서 9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고 현재 유럽에 9개국에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 예술인들이 처한 불편한 상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라마다 제도적 환경적인 특성들이 있으니까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예술인들의 입장이 별로 다르지는 않아요.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도 아니고 사업자도 아니고 프리랜서의 일부이지만 다른 프리랜서들하고 성격이 다소 다릅니다. 다른 프리랜서 같은 경우, 자기는 고용된 노동자이고 싶은데 강제로 프리랜서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를 예를 들면 골프장의 캐디, 학습지 선생님 그리고 보험 영업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 사실 사회적으로 놓고 보면 고용된 노동자여야 되는데 사회적으로는 강제로 프리랜서를 당하고 있거든요.


그들과 달리 보통 예술인들은 자발적으로 프리랜서를 선택하더라고요. 예술인들과 그들을 같이 안 묶는 이유가 바로 '자발적인 성격의 프리랜서'이기 때문 아닐까 해요. 보통은 노동력과 급여를 맞바꾸는 형태라면 예술인은 그렇지 않죠. 이 다른 성격의 프리랜서들은 법적인, 제도적인 장치, 사회적인 힘을 통해서 프리랜서에서 아닌 것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예술인들은 그렇지 않아요."

- 자발적 성격의 프리랜서,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다른 영역에 비해서 굉장히 취약해요. 심지어 스스로가 취약하다고 주장할 수도 없어요.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나서서 발언을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반반이죠. 아니 거의 하고 싶지 않다는 예술인이 더 많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야 된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거죠. 그걸 두고 우리는 소위 상호부조라고 부르는 거고요. 예술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서 자기 예술 활동을 어떻게든 강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게 스마트협동조합입니다."

 
스마트협동조합 홈페이지 홈페이지
스마트협동조합 홈페이지홈페이지한국스마트협동조합
  
- 스마트협동조합에서 예술인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주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협동조합을 통해 저금리 대출, 진료지원 등 생활안정 ▲ 권리 보호 및 처우 개선: 불공정 계약 및 저작권 분쟁 해결, 예술인 권리 보호 법안 마련에 기여 ▲ 창작 활동 지원: 창작 공간 및 장비 지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으로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활성화입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은 대여료가 없어서, 자금이 동나서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예술인들을 돕는 지원사업을 많이 이용하고 있고요. 지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예술인들에게 'A.I를 활용한 예술지원사업 지원서 노하우 심화교육'을 하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습니다. 아무래도 예술지원사업에 지원하고자 하지만 막막했던 예술인에게 도움이 되었나봅니다. 결과가 좋아서 고맙다는 분들도 여럿 계시고요. 그런 교육을 핑계삼아 저녁에는 루프탑에서 치맥파티를 하면서 동료예술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조합원들과함께
한국스마트협동조합조합원들과함께한국스마트협동조합
  
- 끝으로 조합 가입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스마트협동조합은 2020년, 다섯명으로 시작해 현재 600여명이 가입하셨습니다. 구성원은 현재 예술인 조합원과 후원자 조합원으로 한국 예술과 예술인의 발전을 고민한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홈페이지 주소: https://www.kosmart.co.kr/introduce). 불광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많은 예술인들이 편하게 방문해서 교류할 수 있도록 강의실과 사무실 그리고 방문객들이 먹을 수 있는 사발면에서 커피까지 챙겨놓은 탕비실까지 야무지게 갖춰놓았으니 언제든 연락주시고 방문해주세요. 회의나 강의가 있을 때 뿐 아니라 벙개를 통해 루프탑에서 회원들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씩 하는 시간도 조합원들이 애정하는 이벤트 중 하나이니, 꼭 만나서 한국 예술과 예술인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좋은 방향을 모색하기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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