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아이쿱생협 조합원수와 사업금액 추이. 2022년과 2023년 조합원수는 아이쿱생협과 라이프케어의료사협의 조합원수를 합친 수치임. 자료: 아이쿱생협 각 연도 연차보고서
이정봉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이쿱생협 지역조합 해산이 조합원들의 주체적 결정이었는가이다. 조합원이 통제하는 조직으로 소개되는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이 조합의 중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면 협동조합으로서의 자격은 부정될 수밖에 없다. 아이쿱생협은 '조합원 중심주의'를 표방했던 협동조합이기에 아이쿱생협에 '조합원 통제'는 더욱 중요한 쟁점이다.
아이쿱생협 지역조합의 해산 과정에서 가장 먼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지역조합의 자율적인 결정이었나이다. 아이쿱 A지역 생협의 경우 2023년 2월 정기총회에서 사업계획으로 조합원 수를 400명 늘려 전체 조합원 수를 6800여 명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해당 조합은 1년도 안 된 2024년 1월경 전체 조합원이 110여 명인 상태로 해산총회를 열고 조합을 해산했다.
이렇게 조합의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경된 이유를 추적해 보면 아이쿱생협연합회의 정책토론회가 발견된다. 2023년 4월부터 13차례 열린 토론회는 지역생협 간 통합에 대한 이해를 목적 중 하나로 삼았다. 당시 토론회가 끝나고 A지역 생협 이사회에서 "결과가 정해진 토론", "사람과 활동을 무시하는 결정", "토론이라기보다 결과에 대한 단순전달의 느낌"과 같은 평가가 쏟아졌지만, A지역 생협은 결국 해산했다.
아이쿱 지역생협의 해산이 사실상 조합원들의 논의 이전에 결정됐다고 의심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이쿱 B지역 생협 역시 2023년 초에 조합원 확대를 사업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B지역 생협 이사장은 같은 해 6월 초 권역별 간담회에 다녀와 '지역, 조합원 수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아이쿱을 중심으로 통합한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그리고 얼마 후 B지역 생협 이사회는 '조직통합 결의의 건'을 통과시키고, 동시에 조합원의 신규 가입을 중단시켰다. 조합 해산에 대한 최종 결정은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데, 총회가 열리기 전에 지역생협 이사회가 새로운 조합원을 받지 않는 결정까지 내린 것이다.
'소속 변경' 과정에서 조합원의 권리 상실
많은 아이쿱생협 지역조합 이사회는 조직통합을 의결한 후 조합원에게 이를 설명한다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지역생협 이사회는 평조합원이 조합 해산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소속 변경"을 안내했다. '소속 변경'은 다름 아닌 기존 조합 탈퇴 및 신규 조합 가입이라는 행위를 의미한다.
B지역생협의 경우 조합원에게 '소속 변경'을 권유하기 전에 해당 조합이 해산하는 계획이 있다거나 소속 변경 후 조합원으로서 권리가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문제 제기를 받았다. 즉 조합이 해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투표할 권리가 없어지고 조합의 잔여재산에 대한 권리가 상실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리지 않은 것이다.
아이쿱 지역생협에서 수천 명의 조합원이 순식간에 탈퇴한 것은 '소속 변경'의 의미가 분명히 전달되지 않았던 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상한 점은 아이쿱 지역생협이 조합원에게 소속 변경을 독려해 조합원 탈퇴가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조합 해산의 근거로 작용한 점이다.
예를 들어, 아이쿱 C지역 생협의 이사장은 해산총회에서 조합원이 300명 미만이 되어 조합 해산을 결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생협법 제82조의 '설립인가 취소'의 기준을 활용한 건데, 이는 관계 당국이 행정조치를 하기 위한 근거이지 조합 해산의 이유로 삼을 수 있을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즉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설립 목적을 이루었거나 반대로 이루기 어려울 때 주체적으로 해산을 결정할 수 있지만, 아이쿱 지역생협의 해산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조합 재산 처분 논란
아이쿱생협 지역조합의 해산 과정에서 줄어든 것은 조합원 수만이 아니다. 조합 해산총회를 앞두고 조합의 재산 역시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쿱생협 지역조합의 재산 처분 형태는 상당히 유사하다. 지역조합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거나 임차보증금을 회수해 마련한 돈을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이하 '치유연구재단')에 기부했다. 치유연구재단이 2023년 아이쿱 지역생협으로부터 받은 기부액은 약 100억에 이른다.
아이쿱생협 지역조합의 재산 처분은 이사회의 권한 범위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생협법은 이사회의 의결사항 중 하나로 '기본자산의 취득과 처분'을 두고 있는데, 기본자산의 범위를 정하지 않고 있다. 개별 조합이 정관에서 기본자산의 범위나 규모를 정하지 않은 경우 이사회는 조합 자산 처분에 별다른 제약이 없게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아이쿱생협 지역조합 이사회는 기본자산 처분이 이사회의 의결 사항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생협법은 조합원이 총회에서 '사업계획 및 예산의 승인'과 '결산보고서의 승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아울러 '잉여금과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사항'을 정관에 담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총회가 예산, 결산, 잉여금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고, 이사회는 총회에서 결정한 범위 내에서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총회를 거쳐 재산 처분을 결정한 아이쿱생협 지역조합은 일부만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