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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분자 블랙라즈베리 복분자 ⓒ 권성권
먹구름을 보니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비가 쏟아질 것 같다. 2차 장맛비가 오늘 오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내가 돌보고 있는 마당 텃밭 풀들을 속히 뽑아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장맛비가 길어지면 이틀만 지나도 온갖 풀들이 우후죽순 뻗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 풀들을 뽑아주면서 갈증을 몹시 느꼈다. 그래서 텃밭 모퉁이에 자라고 있는 복분자를 따 먹었다. 실은 어제도 텃밭을 한 바퀴 돌다가 눈에 들어온 복분자 몇 알을 따먹었다. 오늘은 땀을 흘리며 풀을 뽑느라 갈증을 많이 느껴서, 손에 잡히는 대로 마음껏 복분자를 따 먹었다.
실은 내가 텃밭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게 복분자다. 복분자는 건강에 좋지만, 남성에게 좋다고 해서다. 열매 이름에 '자' 자가 들어간 것들은 보통 좋단다. 복분자, 구기자, 오미자, 토사자, 차전자 등이 그렇다. 특별히 복분자는 요강단지(盆)가 뒤집혀서(覆) 붙인 이름이라고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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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분자 블랙베리 복분자. 예배당 옆 텃밭에서 종종 만나는 어르신이 올해 초에 준 복분자. 블랙베리 복분자는 아직 익을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물론 그 맛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 권성권
물론 복분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도 촉진시킨다고 한다. 복분자 추출물을 투여한 쥐에게서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5배나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더욱이 복분자는 '중성지방의 청소부'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어서 체중조절과 건강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돌보는 텃밭에는 그 좋은 복분자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3년 전 시골 어른에게 뿌리 하나를 얻어 심은 것이고 다른 것은 올 초 예배당 옆 텃밭에서 만난 어른이 줘서 심은 것이다.
3년 전 심은 복분자는 블랙라즈베리이고 올해 심은 건 블랙베리다. 그 차이를 보통포도와 거봉포도에 빗대기도 한다. 사실 내 입맛은 블랙베리보다 블랙라즈베리에 길들여져 있다. 이제 블랙베리도 빨갛게 익고 있고 좀 더 지나면 시커멓게 익을 것 같다. 그 맛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복분자를 따 먹고 있으니 작두콩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작두콩 모습은 너무 가냘프다. 힘겹게 대나무 기둥을 붙잡고 올라가는 게 그렇다. 물론 가을이 되면 언제 저 높이까지 올라갔을까 싶을 정도로 쭉쭉 뻗어 올라간다. 하지만 지금은 줄기 손을 뻗어 올라가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 그래서 장맛비가 쏟아지기 전에 대나무 기둥을 잘 붙잡고 올라가도록 일부러 줄기를 묶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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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두콩 작두콩이 대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줄기 손이 너무 가냘프게 보이지만 가을이 되면 얼마나 많이 뻗어올라가는지 모른다. ⓒ 권성권
사실 야간뇨가 잦은 편이다. 50대가 넘어서면서부터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 그전에는 밤에 두세 번은 기본이었고, 심할 때는 더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딱 한 번 정도 간다. 감사한 일이다.
크게 뭘 한 게 없는데 왜 달라졌을까 생각했다. 아무래도 요 몇 달 사이 복분자를 수시로 따 먹어서 그렇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큰 복분자든 작은 복분자든 더 많이 심고 번식시킬 생각이다. 복분자는 줄기만 땅에 닿아도 뿌리가 나오기 때문에, 심기만 하면 녀석들이 알아서 잘 자라 준다.
아무래도 장맛비는 밤에 시작될 것 같다. 목포에는 오후 지나서 비가 쏟아 진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장맛비가 온다고 해서 부랴부랴 풀을 뽑아줬는데, 그 덕에 복분자를 원하는 만큼 따먹을 수 있어 좋았다. 옛말에 원님 덕에 나팔분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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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분자 블랙라즈베리 복분자. 텃밭에 풀을 뽑다가 손에 잡히는 대로 복분자를 따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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