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더욱 잔인하고 가혹한 것이 장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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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기 전 남편은 사다리를 타고 몇 개의 우수관을 점검했다. 낙엽으로 막힌 곳이 있으면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빗물이 역류할 수 있다. 나뭇잎을 치우고 내친김에 지붕 위까지 올라가 정체불명의 이물질들도 제거했다.
하수구 확인도 잊지 않았다.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스스로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과 직결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3. 잡초 제거와 잔디 깎기
우리집 손바닥만 한 정원은 비가 며칠만 와도 잡초와 키우는 식물이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열대우림이 된다. 습한 날씨엔 더욱 기승을 부리는 모기떼에게 헌혈하지 않기 위해서 위아래 긴 옷으로 무장을 하고 잡초를 뽑았다. 선크림과 챙이 큰 모자도 필수다.
간만의 노동으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나는 무념무상으로 잡초 뽑는 행위를 은근히 즐긴다. 뿌리까지 쏙 뽑히면 알 수 없는 쾌감을, 줄기만 뚝 끊어져 버리면 나라 잃은 허무함이 느껴진다. 남편도 두 팔 걷어붙이고 잔디를 깎았다. 이 작은 마당에도 이토록 할 일이 많은데 드넓은 정원을 가꾸는 이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4. 식집사의 화초 관리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은 그대로 두고, 과습에 취약한 식물은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 아래로 옮겼다. 쨍한 파랑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로벨리아, 다글다글 귀여운 버베나, 청순한 안개 같은 식물이다. 혹시 모를 죽음에 대비해 각각 몇 줄기씩 잘라 실내에서 물꽂이를 해두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철저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비를 오래 맞혔더니 줄기가 그대로 녹아 없어지는 것을 보았기에 아픈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라고 할까? 땅에 심어둔 식물 중에도 키가 큰 아이들은 지지대를 대어주고, 쓰러질 수 있는 것들은 마 끈으로 묶어주었다. 통풍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잎이 무성한 것들은 가지치기했다. 몇 안 되는 익은 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를 땄다. 소중한 식량(?)이 비에 떨어져 버리면 너무 아까우니까.
5. 부침가루 사다 놓기
부침가루를 넉넉하게 사다 놓았다. 비 오는 날, 막걸리에 부침개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지글지글 부쳐낸 전을 초간장에 찍어 한입 베어 먹는 그 맛을 말해 무엇하랴. 왜 꼭 비 오는 날 막걸리와 수제비, 부침개를 찾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빗소리에 자연스럽게 불문율의 공식을 찾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폭염과 장마와 지진 등 재난은 누군가에겐 유독 더 가혹한 것 같다. 올해 장마엔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번 장마에 잘 대비하여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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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단지 사는데요, 장마 대비 이렇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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