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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단지 사는데요, 장마 대비 이렇게 했습니다

마당 정리와 하수도, 빗물 통로 점검... 생명과 직결된 안전은 중요하니까요

등록 2024.07.02 12:09수정 2024.07.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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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 장마다. 며칠 전 옆자리에 앉은 직원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레인부츠 이게 나아요? 아니면 이게 더 예뻐요?"

내 눈엔 다 같아 보였다. 결정에 어려워하는 그에게 조금 더 무난해 보이는 아이가 낫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친김에 우비 쇼핑도 해야겠다고 했다. 그는 내게, 배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함께 주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우비? 장화? 우비를 산다면 출근 후 당장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비를 벗어 어찌할 것인가? 그렇다고 축축한 장화를 벗어 책상 아래 두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일단 나는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주말 텃밭에 농사를 짓는 지인은 장마를 대비해 작물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점검하고, 농막 주변에 널브러진 농기구들을 정리한다고 했다. 장마에 대비하는 저마다의 고군분투를 들으니 나 또한 그냥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아파트 살 때는 몰랐던 일
 
 이번 장마도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번 장마도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pixabay
 
아파트에 살 때는 몰랐지만 주택에 살고부터는 계절의 변화와 날씨가 더욱 가깝게 와닿는다. 전엔 눈과 비가 오는 풍경을 거실 창을 통해 무심히 바라봤다면 지금은 조금 더 현실로 다가온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복도나 엘리베이터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잔디밭을 마주해야 한달까. 그래서 쓴다. 나만의 장마 대비법. 


1. 마당 정리와 이불 세탁 

우선은 마당에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을 접고 비에 젖으면 안 되는 것들은 지붕 아래로 옮겼다. 겸사겸사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고, 거르는 과정이 되었다.


꿉꿉한 날씨에 곰팡이가 슬거나 쉰내가 날 수 있으니 집안 곳곳에 제습제를 꼼꼼히 배치했다. 쾌적한 잠자리를 위해 인견이불을 꺼내고 덮던 이불은 깨끗하게 세탁해 볕에 말렸다. 

2. 하수도와 빗물 통로 점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옆집에는 자작나무 세 그루가 마당을 차지하고 있다.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는 그 자작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 지금 키가 5m쯤 되는 듯하다.

당시에는 그리 크지 않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울타리를 넘어 우리 집 지붕까지 침범하자 가지의 나뭇잎들은 우수관(빗물을 배수하는 시설)을 막기 일쑤였다. 가을엔 애벌레처럼 생긴 자작나무 열매와 나뭇잎들이 우리 집 마당에 수북이 쌓이기도 한다. 

그것을 본 주변 이웃들은 '저렇게 큰 나무를 심어 남에게 피해를 준다'며 혀를 끌끌 찬다. 하지만 좋게 말하면 무던하고, 나쁘게 말하면 둔한 남편과 나는 조금 거슬리긴 해도 굳이 싫은 소리를 하진 않는다. 가끔 우리 집을 과하게 침범해 들어온 가지는 양해를 구하고 자른다. 

옆집 이웃도 성향이 비슷하다. 종종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우리 집으로 건너와 데크 위에 떨어진 너저분한 낙엽들을 치워주고, 아이들 먹으라며 직접 구운 스콘을 가져다준다. 둔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공존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여러 집들이 서로 붙어있는 주택단지다. 그렇다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다. 격의 없이 드나들며 한 집처럼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고, 작은 분쟁으로 불화가 생겨 바로 옆집에 살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로 말도 섞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고 보면 아파트, 주택 할 것 없이 사람 사는 곳은 매한가지인가 보다. 
 
 누군가에겐 더욱 잔인하고 가혹한 것이 장마인 것 같다.
누군가에겐 더욱 잔인하고 가혹한 것이 장마인 것 같다.pixabay
 
장마가 시작되기 전 남편은 사다리를 타고 몇 개의 우수관을 점검했다. 낙엽으로 막힌 곳이 있으면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빗물이 역류할 수 있다. 나뭇잎을 치우고 내친김에 지붕 위까지 올라가 정체불명의 이물질들도 제거했다.

하수구 확인도 잊지 않았다.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스스로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과 직결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3. 잡초 제거와 잔디 깎기 

우리집 손바닥만 한 정원은 비가 며칠만 와도 잡초와 키우는 식물이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열대우림이 된다. 습한 날씨엔 더욱 기승을 부리는 모기떼에게 헌혈하지 않기 위해서 위아래 긴 옷으로 무장을 하고 잡초를 뽑았다. 선크림과 챙이 큰 모자도 필수다.

간만의 노동으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나는 무념무상으로 잡초 뽑는 행위를 은근히 즐긴다. 뿌리까지 쏙 뽑히면 알 수 없는 쾌감을, 줄기만 뚝 끊어져 버리면 나라 잃은 허무함이 느껴진다. 남편도 두 팔 걷어붙이고 잔디를 깎았다. 이 작은 마당에도 이토록 할 일이 많은데 드넓은 정원을 가꾸는 이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4. 식집사의 화초 관리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은 그대로 두고, 과습에 취약한 식물은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 아래로 옮겼다. 쨍한 파랑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로벨리아, 다글다글 귀여운 버베나, 청순한 안개 같은 식물이다. 혹시 모를 죽음에 대비해 각각 몇 줄기씩 잘라 실내에서 물꽂이를 해두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철저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비를 오래 맞혔더니 줄기가 그대로 녹아 없어지는 것을 보았기에 아픈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라고 할까? 땅에 심어둔 식물 중에도 키가 큰 아이들은 지지대를 대어주고, 쓰러질 수 있는 것들은 마 끈으로 묶어주었다. 통풍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잎이 무성한 것들은 가지치기했다. 몇 안 되는 익은 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를 땄다. 소중한 식량(?)이 비에 떨어져 버리면 너무 아까우니까. 

5. 부침가루 사다 놓기

부침가루를 넉넉하게 사다 놓았다. 비 오는 날, 막걸리에 부침개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지글지글 부쳐낸 전을 초간장에 찍어 한입 베어 먹는 그 맛을 말해 무엇하랴. 왜 꼭 비 오는 날 막걸리와 수제비, 부침개를 찾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빗소리에 자연스럽게 불문율의 공식을 찾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폭염과 장마와 지진 등 재난은 누군가에겐 유독 더 가혹한 것 같다. 올해 장마엔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번 장마에 잘 대비하여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장마 #주택장마대비 #우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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