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배달된 선거 전단지각 당의 공약이 담긴 선거 전단지가 집 우편함에 도착해 있다.
김명주
나는 영국 이민자로 살고 있다. 내 입장에서 경기 불황이나 사회문제를 이민자 유입을 원인으로 맞춰가는 정치 상황은 반가울 리 없다. 불법 이민자들을 르완다로 이주 시키겠다는 보수당 정책발표는 그동안 서방이 강조해 왔던 국제 인권 등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결정으로, 보는 내내 불편하기만 했다. 이렇게 이민자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살아갈 나 자신이 걱정되기도 했다. 영국 가정의 일원임에도 말이다. 보수당에 반해 노동당은 불법체류민 르완다 이주 정책을 폐기하고 대신 불법 입국에 대한 국경수비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승을 이룬 노동당의 대표이자, 이제는 영국 총리인 키어 스타머(Kier Starmmer)는 '오늘 아침의 해가 뜨고 우리는 이제 밝은 미래로 달려갈 준비가 됐다'며 선거 승리 자축 연설을 한다. 이제는 전 영국 총리가 되어 버린 패장 리시 수낙(Rishi Sunak)은 총리직과 보수당 대표직을 물러나면서 유권자들에게 사과한다. 영국 정치인들이 'Sorry'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선거 참패에 대해 그보다 더 적합한 표현을 찾기 어려웠던 듯하다. 선거 승자인 노동당을 축하하고 새 총리의 행운을 비는 수낙 전 총리의 모습은 패장의 성숙한 뒷모습이었다.
권력 이동의 과정에서 나라마다 다른 점을 발견한다. 영국은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떠나는 총리와 그의 가족들이 다우닝 10번가 총리 관저에서도 바로 이사 나가야 한다고 한다. 최근 이사를 경험한 나는 하물며 일반 가정도 바로 하기 힘든 이사를 밤새 선거 결과로 퇴거해야 하다니 너무 야박하다고 했다. 하지만 상징적인 이유로 선거 결과 발표 당일, 구 총리는 집을 비우고, 새 총리는 관저에 짐을 드리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의 경우 이사를 마치는 데 선거 결과일부터 취임식까지 약 두달 반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