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전원생활은 어렵지만 해 봄직하다

등록 2024.07.07 11:42수정 2024.07.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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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언제 할까? 


자그마한 골짜기로 보금자리를 옮긴 지 5년, 의심의 눈초리 속에 찾은 시골이다. 뼛속까지 촌사람과 도시 사람인 아내의 조합은 조금 두렵기도 했다. 친구들의 당부, 잘 생각해서 결정하란다.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60대 중반 나이, 늙어갈수록 병원에 가까이 살아야 한다지만 마음만은 달랐다.

어렵게 살아온 서러움에 근검과 절약의 삶이었다. 고단한 세월을 이겨낸 삶,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없다는 끈끈한 신념, 서러움에 앙갚음하려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술에 심혈을 기울였다. 글쓰기에 시간을 쏟아부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할 것인가? 서둘러 보금자리를 옮긴 이유였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걱정은 많았다. 시골생활을 버티어야 하고, 아픈 몸을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외로움과 쓸쓸함은 이겨내야 했고, 이웃과 어울려 살아야 했다. 나름대로 준비하면서 5년만 버티어 보자는 심산이었는데, 다행히 아내는 잘 버티어 냈고 무난한 삶은 그렇게 5년이 지났다.
 
a 시골생활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전원 주택, 시골살이의 아름다움만 보고 다가갈 수는 없다. 현지인들과의 마찰, 시골생활의 적응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현명하게 극복하면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터전이기도 하다.

시골생활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전원 주택, 시골살이의 아름다움만 보고 다가갈 수는 없다. 현지인들과의 마찰, 시골생활의 적응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현명하게 극복하면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터전이기도 하다. ⓒ 박희종

 
시골살이는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시골살이는 이웃과 어울리는 삶이다. 울타리를 치고 유령처럼 살 수 없으니, 시골살이를 접고 되돌아 나오는 이유다. 먼저 찾아가 인사를 하며 어울렸다. 한 말의 떡을 들고 회관을 찾아갔고, 지나는 길에 음료수를 전해줬다. 자동차 문을 열고 인사를 했으며, 언제나 이웃을 생각하는 삶은 외면하지 않았다. 현관에 오이가 놓여있고, 현관문에 나물 봉지가 걸려있는 어울리는 삶이 되었다. 

가는 세월은 병원에 가까워야 했다. 마라톤을 했고, 아직도 자전거를 타며 헬스장을 드나든다. 친구들과 산에 오르며 살아가지만 장담할 수 없다. 도심에서 가까운 10여 km내로 정한 이유다. 친구를 찾아가고, 취미 생활을 이어가며 술 한잔을 나눌 수 있는 거리다. 시골은 조용하고도 외롭다. 취미 생활을 놓지 않은 이유다. 


가난의 서러움에 시작한 음악과 미술 그리고 글쓰기에 운동이 있었다. 색소폰 동아리, 버스킹을 하고 연말 연주회를 한다. 일 년 내내 연습을 하고 아내와 수채화를 한다. 회원들과 전시회를 하고 공모전에 응모하며 운동과 함께 산다. 헬스장을 찾고 자전거를 타며, 부족한 글을 쓰며 살아간다. 외롭고 쓸쓸할 틈이 없는 시간, 뻐꾸기 우는 산골에서 커피와 함께 살아가는 전원의 삶이다.  

몇 년은 더 살아내야 한다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에 창문을 열었다. 도심에서 만날 수 없는 맑은 공기다. 옷소매를 걷고 팔뚝을 들이민다. 소름 끼치는 신선함은 공기 맛이 있음을 알게 한다. 여기를 두고 어디로 가야 할까? 비 오는 봄날, 초록이 물들며 밀어내는 꽃들이 지천이다. 산이 키워 내는 산나물이 넘치고, 하늘을 오가는 갖가지 산새들이 친구 하자한다. 서서히 여름이 왔다. 

진한 녹음이 흐르고 익어가는 계절은 성스럽다. 현관문을 열자 검은 봉지가 걸려있다. 토마토 서너 개가 들어 있다. 이웃이 슬그머니 놓고 간 시골의 정이다. 모양도 어설프고 꼴은 우습지만 무한한 감사와 고마움이 담긴 토마토다. 골짜기 가을이 익어가며 그리움이 넘쳐난다. 다람쥐가 드나들고, 뻐꾸기가 곰삭은 추억을 불러준다. 다양한 곡식을 익혀놓고 겨울이 왔다. 하양이 가득한 골짜기, 얼음장 밑 도랑물이 봄을 불러낸다. 

아침나절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을 나서자 먼 골짜기에 연기가 피어난다. 아직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놓는다. 비탈밭에 푸른 배추가 가득이고, 논자락엔 벼가 익어 간다. 개구리가 울고, 소쩍새가 울어대며 님 찾는 고라니도 야단이다. 산식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골짜기를 두고 어디로 가야 할까? 5년이 지났어도 꿈쩍하지 않는 이유다. 
 
a 텃밭의 즐거움 시골생활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텃밭농사이다. 열평을 넘지 않는 적당한 넓이에도 충분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먹음직한 방울토마토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 있지만 부단한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망설이기만 할 수 없는 시골생활, 과감하게 도전해 볼만한 삶의 방식이다.

텃밭의 즐거움 시골생활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텃밭농사이다. 열평을 넘지 않는 적당한 넓이에도 충분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먹음직한 방울토마토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 있지만 부단한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망설이기만 할 수 없는 시골생활, 과감하게 도전해 볼만한 삶의 방식이다. ⓒ 박희종

 
얼마를 버틸 수 있을까?

세월은 모든 것을 그냥 두지 않는다. 눈도 침침하고 귀도 서러워한다. 운전을 포기한 친구도 있어 두렵기도 하다. 시장을 가야 하고, 병원을 가야 한다. 이동수단이 멈추면 시골에선 삶이 멈춘다. 세월이 좋아지며 교통수단도 좋아지고, 각종 편의시설도 다양해졌지만 몸이 허락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부지런히 운동하며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텃밭에서 서성인다.

놀기에 적당한 나의 텃밭은 10평 내외다. 신선한 푸성귀도 충분하고 가끔 찾는 아이들에게도 줄 수 있다. 이웃에게도 인심 쓸 수 있으니 넓은 텃밭은 노동이다. 텃밭 끝에는 작은 화단이 있다. 화단이라야 두어 평, 손녀가 반기는 꽃을 가꾼다. 계절 따라 꽃이 피고 벌이 찾는 공간이다. 푸르른 잔디밭도 다정한 삶의 일터로, 뽑아내는 잡초는 끊임이 없어 좋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일들, 텃밭을 가꾸고 꽃밭에 물을 주며 잔디밭에 잡초가 있다. 잡초와 잔잔한 씨름을 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거미가 만든 잔디밭의 예술품, 여기에 이슬이 내렸다. 산을 넘은 햇살이 앉아 반짝이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다. 쉼 없이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 세월이 더 가고 감당할 수 없는 전원생활이 되면 어떻게 할까?  아름다운 이 삶이 적어도 5년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많으면 10년은 욕심일까?
#전원주택 #시골 #은퇴 #텃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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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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