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의 아름다움아름다운 전원 주택, 시골살이의 아름다움만 보고 다가갈 수는 없다. 현지인들과의 마찰, 시골생활의 적응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현명하게 극복하면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터전이기도 하다.
박희종
시골살이는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시골살이는 이웃과 어울리는 삶이다. 울타리를 치고 유령처럼 살 수 없으니, 시골살이를 접고 되돌아 나오는 이유다. 먼저 찾아가 인사를 하며 어울렸다. 한 말의 떡을 들고 회관을 찾아갔고, 지나는 길에 음료수를 전해줬다. 자동차 문을 열고 인사를 했으며, 언제나 이웃을 생각하는 삶은 외면하지 않았다. 현관에 오이가 놓여있고, 현관문에 나물 봉지가 걸려있는 어울리는 삶이 되었다.
가는 세월은 병원에 가까워야 했다. 마라톤을 했고, 아직도 자전거를 타며 헬스장을 드나든다. 친구들과 산에 오르며 살아가지만 장담할 수 없다. 도심에서 가까운 10여 km내로 정한 이유다. 친구를 찾아가고, 취미 생활을 이어가며 술 한잔을 나눌 수 있는 거리다. 시골은 조용하고도 외롭다. 취미 생활을 놓지 않은 이유다.
가난의 서러움에 시작한 음악과 미술 그리고 글쓰기에 운동이 있었다. 색소폰 동아리, 버스킹을 하고 연말 연주회를 한다. 일 년 내내 연습을 하고 아내와 수채화를 한다. 회원들과 전시회를 하고 공모전에 응모하며 운동과 함께 산다. 헬스장을 찾고 자전거를 타며, 부족한 글을 쓰며 살아간다. 외롭고 쓸쓸할 틈이 없는 시간, 뻐꾸기 우는 산골에서 커피와 함께 살아가는 전원의 삶이다.
몇 년은 더 살아내야 한다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에 창문을 열었다. 도심에서 만날 수 없는 맑은 공기다. 옷소매를 걷고 팔뚝을 들이민다. 소름 끼치는 신선함은 공기 맛이 있음을 알게 한다. 여기를 두고 어디로 가야 할까? 비 오는 봄날, 초록이 물들며 밀어내는 꽃들이 지천이다. 산이 키워 내는 산나물이 넘치고, 하늘을 오가는 갖가지 산새들이 친구 하자한다. 서서히 여름이 왔다.
진한 녹음이 흐르고 익어가는 계절은 성스럽다. 현관문을 열자 검은 봉지가 걸려있다. 토마토 서너 개가 들어 있다. 이웃이 슬그머니 놓고 간 시골의 정이다. 모양도 어설프고 꼴은 우습지만 무한한 감사와 고마움이 담긴 토마토다. 골짜기 가을이 익어가며 그리움이 넘쳐난다. 다람쥐가 드나들고, 뻐꾸기가 곰삭은 추억을 불러준다. 다양한 곡식을 익혀놓고 겨울이 왔다. 하양이 가득한 골짜기, 얼음장 밑 도랑물이 봄을 불러낸다.
아침나절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을 나서자 먼 골짜기에 연기가 피어난다. 아직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놓는다. 비탈밭에 푸른 배추가 가득이고, 논자락엔 벼가 익어 간다. 개구리가 울고, 소쩍새가 울어대며 님 찾는 고라니도 야단이다. 산식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골짜기를 두고 어디로 가야 할까? 5년이 지났어도 꿈쩍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