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하늘
정혜진
밤바다는 아름답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고 멀리서 보이는 불빛과 파도 소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제주에 살고 싶은 첫 번째 이유다. 물멍을 원 없이 할 수 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의 시간에 나를 만나고 글을 만난다. 사유와 성찰은 내 안에서 조용히 잠을 깬다. 아름답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다에 물이 꽤나 빠졌다. 자러 가야겠다.
이튿날이다. 사려니 숲에서 소원 하나를 이루고 두 번째 목적지인 아부오름으로 향했다. 아부오름은 어느 블로거가 10분이면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며 올린 사진에 홀딱 반해 이번 여행의 목적지에 넣었다.
내가 오름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정각이었다. 비는 무슨. 햇빛이 너무 뜨거워 밖에 나갈 엄두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내가 봤던 사진의 인상이 정말 강렬했다. 선크림을 덧바르고 차에서 내렸다.
12시 4분 출발. 정말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상에서 보는 풍광은 사진보다 더 아름다웠다.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오름 둘레를 걷는 둘레길 이정표를 보고 만 것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사람이 없었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