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마이 백, 물통과 손수건은 외출시 필수품이다.
김현진
올여름에는 더위가 일찍 시작되었다. 예년보다 폭염 시작일이 앞당겨졌는데, 폭우 예보까지 있다. 덥고 습한 습식 사우나 같은 여름일 거라고들 한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 때문이다.
이제는 너무 익숙한 단어가 되어 버린, 기후 위기. 익숙하다 못해 무덤덤해진 건 아닌지 걱정되는 말.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빙하가 녹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단다.
지구 어딘가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또 다른 곳에서는 폭우와 폭설, 폭염이 이어진다. 여기저기서 문제가 심각하다고들 말은 하지만, 이걸 바꿔낼 획기적인 대책과 실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기후 위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까지 돌던 몇 년 전 여름, 무언가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나는 생활을 한번 확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내가 시도했던 건 '배달 음식 안 먹기'와 집 안의 모든 액체 비누를 고체 비누로 바꾸기, 달걀 안 먹기와 육식 줄이기였다.
다소 강력한 실천이었다. 그런데 일정 기간 이 실천들에 도전했다가는 결국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꾸준한 실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배달 음식을 완전히 없애거나 달걀과 육류를 먹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음식을 준비하는 피로와 가족의 건강 등 가정의 화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니까.
집안에 있는 모든 비누를 고체 비누로 바꾸는 일도 그랬다. 고체 주방 세제로는 기름때까지 말끔하게 닦이지가 않았고 비누로 감은 머리는 어떻게 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홀로 외롭게 실천을 감행하느라 심신이 고달픈 것도 포기의 주된 이유였다. 몸이 고달플수록 마음까지 강퍅해졌다. 존중은 상호적인 것이라, 나의 신념이 중요한 만큼 남편과 아이의 기호와 취향도 존중하고 싶었다.
손비누만 고체로 남기고 나머지는 대용량의 친환경 제품을 찾아 안착했다. 달걀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가능한 걸 시도한다. '난각 번호 1번'(달걀 껍데기 10자리 번호 중 마지막이 1번인 달걀로, 통상 동물복지 달걀로 칭한다)을 구입하고 육류 소비는 횟수를 줄이는 식으로 균형점을 찾아갔다. 요즘은 필요하면 배달 음식도 먹는다.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메뉴를 고민하고 식당에 가서 먹으려 노력하면서.
실천을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내가 깨달은 점은, 완벽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나니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난각 번호 1번이란 걸 새롭게 알게 됐고, <알맹상점> 등 빈 용기를 가져가면 내용물을 채워주는 친환경 상점이 곳곳에 있다는 것도 발견했고. 다른 소비를 줄여서 쓰레기 배출을 덜어내려는 노력도 가능해졌다.
그러니 완벽하려 애쓰다가 포기하는 대신, 불완전하더라도 시도를 계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모자라더라도 하나 둘 작은 걸음이 지속되어 쌓이면 길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오늘 실패하더라도 내일 다시 시도할 방법을 찾는다. 오늘 불완전했더라도 내일 조금 나아질 걸 기대하며 포기하지 않는다.
퇴보와 전진을 반복하는 걸음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