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이태원 참사 현장에 30분 이상 일찍 도착했다고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재판에 실제 보고서를 작성했던 한 공무원이 10일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참사 후 1년 8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최 소장이 현직을 지키고 있고, 용산구청 관계자들이 매번 공판을 방청하면서 법정에 서는 일선 직원들의 증언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된 최 소장 공판 때마다 평균 3.1명의 용산구청 직원들이 직접 참관해온 것으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1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마은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 소장의 공전자기록위작·행사 사건 재판에는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구 보건소 보건의료과 의무팀 소속이었던 이아무개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는 참사 직후 최 소장 등과 함께 용산구청에서 보건소 앰뷸런스를 타고 현장에 갔던 인사다. 당시 이씨가 직접 앰뷸런스를 운전했고, 이동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참사 발생(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6분) 후 두 시간 가까이 지난 2022년 10월 30일 오전 0시 6분께다.
이씨는 참사 이틀 뒤인 2022년 10월 31일 '이태원 사고 관련 보건소 신속대응반 출동결과 보고'라는 문건을 작성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최 소장의 현장 도착 시간이 2022년 10월 29일 오후 11시 30분으로 기재돼있다. 실제 도착 시간보다 30분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이씨가 작성한 보고서 1개를 포함해 총 5개의 보고서(▲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결과보고서(2022.10.30) ▲핼러윈데이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 및 근무보고서(2022.10.30) ▲이태원 사고 관련 보건소 신속대응반 출동결과 보고(2022.10.31) ▲국회의원 요구자료 답변서 제출(2022.11.4) ▲현장응급의료소 운영일지(2022.11.14))가 이렇게 돼있다. 다만 이씨가 작성한 보고서가 최 소장의 도착시간을 허위기재한 최초의 문건인 건 아니다.
이씨는 본인이 운전한 앰뷸런스로 최 소장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으면서, 왜 보고서에는 최 소장의 도착 시간을 다르게 적었냐는 검찰 측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씨는 '증인이 피고인과 같이 현장에 도착했는데 최 소장의 도착시간을 그보다 30분 가량 앞서서 기재한 이유가 뭐냐'는 검사의 질문에 거듭 "잘 모르겠다", "이유가 딱히 없다", "기억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상급자의 압박이나 부당한 지시가 있었냐'는 최 소장 측 변호인 질문에는 "없었다"고 했다.
최 소장의 현장 도착시각이 중요한 까닭은 재난 발생시 관할 보건소장이 응급의료 책임자로 돼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에 따르면, 최 소장은 현장 응급의료소장으로서 환자를 분류하고 응급처치, 환자 이송을 지휘했어야 한다.
최 보건소장 공판에 매번 3.1명 용산구청 공무원 '직관'..."증언에 부담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