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불어난 강물이 그라운드골프장 앞까지 올라왔다.
대전충남녹색연합
"회색선까지도 차오르니까 조심해요."
지난 9일, 그라운드 골프를 치던 어르신들이 비설거지(비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덮거나 정리하는 일)를 하려고 차를 몰고 내려왔다. 움막 안에 있던 집기들과 골프채, 시계까지 알뜰하게 다 정리하면서 "작년에도 물이 찼다"고, "저 회색선까지 찼으니 얼른 올라오라"고 한다.
같이 짐을 정리했다. 천막농성장 바로 위쪽에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오며갈 때 자주 마주치는 분들인데, 말을 섞지는 않았었다. 어떤 때는 아웅다웅했고, 농성장을 응원하는 분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지낸 이웃이라 치울 때 같이 치우고 서로의 안전을 걱정한다. 수박도 잘라주며 "이게 맛있는 거"라고 하면서 하나씩 쥐어쥔다. 재난 앞에는 모두 이웃이다.
그라운드 골프장에 있던 평상을 금강스포츠공원 주차장과 인접한 둔치 위쪽으로 올리고 내내 골프장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물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보다가 저녁에야 일어났다. 3선으로 물러난 농성텐트 바로 옆이니, 이제 진짜 이웃이 됐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우리 이웃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다 같았다.
강은 무섭게 불어났다… 보가 홍수위를 높이는 지장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