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귀한 녀자 귀녀 씨> 채널에 처음 업로드된 영상(23년 3월)
유튜브 <귀한 녀자 귀녀 씨>
우리 할머니는 평소에도 패션에 관심이 많아 어딜 가나 멋쟁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셨다. 게다가 수영 교실, 노래 교실, 댄스 스포츠 등 남는 시간을 활용해 활발히 외부 활동을 하시곤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나이를 이길 수는 없었다. 80대가 되면서 외출이 귀찮은지 집에만 계시는 날이 많아졌고, 점점 몸이 아프다며 병원을 들락거리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서서히 삶의 흥미를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어딜 가도 멋쟁이 소리를 듣던 화려한 귀녀씨는, 그저 자식들 고생하지 않게 조용히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토록 화려했던 할머니가 자꾸만 옷들을 정리하고, "내가 얼마나 더 살겠느냐"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일 때 나는 결심했다. 할머니를 유튜버로 만들겠다고.
그렇게, 가라앉아 있던 귀녀씨를 유튜브의 세계로 끌어들인 건 외손자인 나였다. 나의 눈에 할머니는 항상 반짝이고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한번 해보자, 할머니!"
할머니는 고민이 길었다.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자신이 유튜브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검색해서 들을 줄은 알았으나, 직접 나오고 자기 얼굴을 촬영한 영상을 업로드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는 끊임없이 할머니를 설득했다. 할머니의 능력이 아깝다고, 충분히 좋아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내가 다 편집하고 책임질 테니 함께 하기만 해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첫 예고편 영상('42년생 귀녀씨, 유튜버 데뷔하다?!')을 올리며 시작한 게 지난해 2월.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할머니는 말한다.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