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조리 연안습지올레길 2코스를 따라 오조리에서 고성리 방향으로 걸으면 더 넓은 연안습지를 만날 수 있다.
파란탐사대 김화용
바다는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는다
바다는 지구가 흡수한 열의 무려 90퍼센트 이상을 흡수한다고 한다. 그리고 물의 흐름과 움직임으로 지구의 기온을 조절한다. 이런 바다의 강력한 힘이 온실가스의 열을 흡수하고 대기와 땅의 열을 식혀주며 기후재난을 그나마 유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의 기능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게다가 바다는 미지의 영역이었기에 보호와 회복의 제도나 방법에 대해서도 더 미진한 실정이다.
바다의 보호를 위해 가장 강력한 규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해양보호구역은 보호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 구속력이 충분치 않다. 또한 생태계 보호를 위해 실질적 대책이라고 제시되고 있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토지 소유자 중심의 보상과 일자리 창출 관점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개발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보다 거시적인 제도가 시급하다. 바다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오조리 마을 공동체의 협업과 자치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 제도에 한계점이 있더라도 최대한 여러 제도를 활용하여 마을의 생태를 지키는 것에 적용하는 현장을 오조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오조리 마을은 해양보호구역 선정 요구 이후에도 '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이용해 습지 정화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오조리 이장 고기봉 님은 오조리 침수 사례를 통해 매립 개발이 위험하다는 것을 기사 등을 통해 알리는 것과 동시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원 제도를 기반으로 피해 구역을 복구하는 것에 힘썼다. 마을의 생태를 보호하는 틀 안에서 행정에 요구하기도 하고, 행정적 제도에 기대기도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안위를 고민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주민들은 마을의 생태 가치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졌고 환경 감수성도 성장했다.
주민들이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처음 요청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유지 비율이 높아 민원 문제 등을 걱정하던 해수부가 이제 역으로 '성산읍 갯벌식생 복원사업' 을 오조리에 제안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사업은 순비기와 잘피 등을 이미 식재하기 시작했고, 오조리를 포함해 성산의 다섯 마을에 앞으로 5년간 갯벌을 자연 갯벌로 복원하고 갈대, 칠면초 등의 대규모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오조리 공동체는 계속 움직이며 제도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여러 시도는 한 마을의 생태 회복을 넘어 행정을 움직였다. 또한 외부 환경단체와 시민들에게도 닿아 함께 제주 연안 습지보호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이 장 안에서 펼쳐질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까. 올겨울 다시 한번 탐조대회가 열린다면 우리의 손으로 연안습지의 생태를 직접 기록하고 제주 바다를 지키는 감시자가 되어보길 제안한다.
[참고 문헌]
OECD Data Explorer, https://data-explorer.oecd.org/, Protected areas : Marine, Last updated: 04/03/2023 16:02:40
MPA Guide User Manual, https://marine-conservation.org/mpatlas/mpa-guide-assessments/, Marine Conservation Institute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후보지 조사 보고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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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젠더문법, 정상정, 인간중심주의, 수도권 중심 등이 만든 경계와 계급에 틈을 만드는 일을 벌여온 미술작가이자 기획자다. 예술 제도 안의 세대, 젠더, 지역 등의 위계를 돌아보는 공공예술프로젝트 《제로의 예술》을 기획했고, 창작과정에서 환경에 덜 빚지고 종차별적 착취를 줄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하는 〈비거니즘 전시 매뉴얼〉을 연구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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