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동우금티 남쪽에서 바라본 고개와 주변 산세. 왼쪽이 두리봉, 오른쪽이 주미산이다.
이영천
부대를 넷으로 나눈다. 우금티를 공격하는 부대, 효포에서 능티와 금학동을 공격하는 부대, 주미산 아래 오실을 공격하는 부대, 두리봉 옆 한산을 통해 곰나루 쪽을 공격하는 부대로 구성하였다. 주력은 우금티에 모으고, 수십 명씩 소부대로 편성하여 적정을 살피며 천천히 진격한다는 작전이다. 이인을 지나 우금티 아래 주미·태봉리 부근과 한산의 곰나루 부근과 능티 요소요소에 흩어져 진을 친다.
조·일 연합군은 동학군의 대대적인 공격에 철통같은 방어선으로 맞선다는 전술을 계획하였다. 동학군 각 부대의 약점까지 소상하게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부대에 맞는 방어작전을 세워두었다. 이로써 동학군 전력이 바닥날 때까지 전투를 끌고 간다는 작전이다.
이에 참호를 이탈하지 말고 응사만 하라는 행동 지침을 내린다. 역시 자기들 무기 사거리 안으로 동학군을 끌어들여 전투를 벌인다는 원칙이다. 이로써 공격해 오는 동학군의 모든 화력을 고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전쟁은 끝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금티 마루에 나부낀 피에 젖은 깃발
9일, 동학군의 총공격 신호가 오른다. 우금티를 주력으로 능티와 오실, 한산에서도 일제히 공격에 나선다. 쌍방 간 대포와 기관총,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는다. 피아간 피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싸움이다.
각 전선에서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방전이 한나절 이어진다. 연합군은 한곳에서 사격만 가해올 뿐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를 수상히 여긴 전봉준은 일본군 지휘관 미나미의 전술을 간파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