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아이나의 최선으로 아이가 넓은 시야를 갖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희한(어도비 AI)
둘째의 심정을 안 이후, 우리 집에는 '25분 공부경험' 시간이 생겼다. 집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에 25분간 스스로 공부하는 '강제체험'을 추가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을 길러 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을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익숙해지는 만족감,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함의 힘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25분 동안 아이들은 수학 공부만 한다. 만국 공통으로 힘든 일이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라면, 매일 25분씩 그 어려운 일을 했을 때의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수학 실력 향상이 목적이 아니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자세를 기르는 것이 목적이다.
어차피 해야 할 것 이왕이면 잘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진 않지만, 싫든 좋든 앞으로 수년은 더 해야 할 일을 부담 없이 할 수 있기만 해도 큰 성과라고 믿고 있다.
25분의 시간을 채우고 나면 나머지는 하고 싶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린다. 아빠와 코딩을 하거나 체스를 두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요즘엔 댄스 챌린지에 푹 빠졌다.
25분의 고통(?) 끝에 맞이한 자유 시간은 모두에게 달콤하기만 하다. 끝났다는 해방감과 해냈다는 만족감이 세로토닌으로 변화해서인지 더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요즘은 아이들이 공부 시간이 끝나고도 풀던 문제를 마저 푸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끔은 내가 같이 놀고 싶어 읽던 책을 덮고 아이들에게 기웃거린다. "어~이. 25분 지났는데~" 아빠의 방해에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서 자진하여 경험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내 입가엔 미소가 걸린다.
하루 25분의 효과
25분 공부를 시작한 지 5개월가량이 되었을 때다.
"매일 25분씩 공부하고 달라진 거 없어?"
"음.... 좀 쉬워졌다?"
첫째 아이는 문제를 푸는 것이 예전만큼 막막하지 않고 별거 아닌 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익숙함으로 얻은 편안함과 경험을 통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흐뭇하다.
"우리 둘째 딸은 뭐 달라진 거 없어?"
"음... 없어요..."
"...아니, 뭐... 이제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든지..."
"아... 여전히 하기 싫은데...."
당돌하고 분명한 태도에 살짝 당황했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하기 싫은 것이야 인지상정. 그렇게 하기 싫은 일을 매일 같이 가장 먼저 챙겨서 하고야 마는 둘째이기에 오히려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번 시험도 잘 봤다며~"
"... 뭐... 그건... 쉬운 거라..."
아이는 거만인지 겸손인지 모를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그게 25분 공부체험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모르는 문제를 앞에 두고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진 않는다.
연초에 사주었던 문제집을 다 풀고 난 아이들의 표정이 아직도 선하다. 언제 이걸 다 풀었는지 스스로도 놀라워하는 모습. 꾸준함의 힘을 스스로 깨달은 순간 아이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걸렸다.
못나게도 25분 공부체험을 권장한 스스로를 먼저 추켜세우고 말았지만, 모든 것은 아이들 스스로 해낸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만큼 많은 박수와 격려를 보냈고 함께 뿌듯해했다.
아직도 무엇이 정답인진 모른다. 이것이 최선이라는 확신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답을 몰라서 불안하기 보다는 뭐가 맞는지 모르기 때문에 용감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더 이상 혼자만의 생각으로 기회를 차단하거나 혼자만의 용단으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려 한다. 그 모든 게 걱정이었고 두려움이었음을 인정한다. 무엇이 되었든 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주고 그 길고 긴 과정에 함께 하겠다는 결심만 남겼다. 덕분에 모든 것이 괜찮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말랑한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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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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