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옥수수 맛있게 삶아 드세요!
원미영
전문적으로 밭농사를 짓는 분들이 아니라서 매년 수확물의 상태는 편차가 크다. 날씨에 따라 작황이 다른 걸 보면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네 식구가 이걸 다 어찌 먹냐고 배부른 소리를 하니 이웃들과 나눠 먹으라고 넉넉히 보내셨단다.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은 노인네들이 '에구구' 앓는 소리를 내며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꺾는다. 그중에서 가장 보기 좋고 멀쩡해 보이는 것들을 고르고, 적당한 상자에 차곡차곡 담는 과정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수년 전, 어린 손주들이 옥수수를 좋아한다는 말에 몇 년째 옥수수와 감자를 빼놓지 않고 심어 기르신다. 안타깝게도 어느새 그 손주들은 감자튀김과 팝콘을 더 좋아하는데 말이다.
친한 이웃 몇몇 사람에게 골고루 챙겨 넣은 보급품(?)을 전달했다. 시부모님 덕에 이웃에게 후한 인심을 쓰게 되었다.
옥수수는 두 종류였다. 하얀 옥수수와 알록달록 검정, 아니 보라색 옥수수. 하얀 옥수수는 껍질을 벗겨 압력솥에 바로 삶았다. 어머님께서 살뜰히 챙겨주신 뉴슈가 한 숟갈과 소금도 조금 넣었다.
압력솥 추가 칙칙 돌면 불을 낮추고 15분 정도 더 삶아 뜸을 들였다. 그러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옥수수가 된다. 끓인 물속에 그대로 넣어두면 알맹이가 다 불어 터지기 때문에 냄비에서 바로 꺼내야 한다.
네 식구가 둘러앉아 맛있게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었다. 팝콘을 사랑하는 아이들도 오늘은 앉은 자리에서 두세 개씩 먹어 치웠다. 넉넉히 삶아 소분한 것은 냉동실에 넣었다. 옥수수는 수확 직후부터 당도가 계속 떨어진다고 하니 최대한 바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냉동실 보관 전에 필요한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