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 보도자료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7일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강원도교육청
연구 보고서 자체 문제가 많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두 가지 문제를 지나치기 어렵다. 첫째, 도 교육청 주장과 달리 학생은 물론 보호자와 교원 절대다수가 '지금의 교복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부모와 교원도 '정장형 교복'이 아닌 '생활형 교복'을 1순위로 꼽았다. 생활형 교복 선택은 '교복 필요성 공감'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둘째,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답변 결과를 왜곡한 부분이다. 학생들은 압도적으로 자유복(사복)을 원한다고 했다. 사복 50.3%, 생활형 교복 23.9%, 정장형 교복 14.7%, 체육복 11.1% 순이다. 그런데 도 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 교복이 필요하다고 자의적으로 "파악"했다. 모순된 주장이며, 설문조사 결과 왜곡이다.
교복은 학생이 입는다. 강원도교육청이 가장 귀 기울여 의견을 들어야 할 당사자다. 학생은 가장 중요한 학교 구성원이다. 학생의 주장을 무시하고 펴는 정책이 '교육'이 될 수는 없다.
도 교육청 용역 보고서에는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불편함'을 꼽았다. 학생, 보호자, 교원 모두 같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청이 사줬으니 입으라!'라고 주장하는 학교장들을 만난 적이 있다.
어떤 이들은 다른 학생들이 교복을 입지 않아서 교복을 입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원들도 51.5%가 학생들이 교복을 입지 않는 이유를 '학교생활 불편'에서 찾았다.
교복을 입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착용 의무' 때문이라는 응답이 보호자 59.8%, 교원 66.2%였다(서순식·양희원·최을용, 2024년 6월,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77쪽, 123쪽). '등교 시 옷 선택 고민 없음'이라는 응답보다 2.1배, 2.9배 많은 대답이다(서순식·양희원·최을용, 2024년 6월,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80쪽, 126쪽).
근본 문제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관행적 사고
어쨌든 (교복) 필요성은 보통 이상으로 다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원도교육청 교복 담당자 인터뷰 일부)
7월 22일 강원도교육 교복 담당 주무관이 한 말이다. '교복 필요성' 관련한 도 교육청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른 '논리 비약'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면서 한 대답이다.
교복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교복지원비를 정하고, 교복 디자인을 정한 다음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교육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입만 열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이야기하는 교육 당국과 이른바 교육 전문가들이 교복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고루하다.
'교복은 입혀야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러 교육자와 관련 기관들이 '학생 주체성'을 강조한다. '주체성'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교육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현실과 과정 안에서 생겨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생의 의견을 핵심에 두지 않는 교육은 존재할 수 없다.
교복은 입을 수도 있고, 안 입을 수도 있다. 왜, 모든 학생이 입지 않는다고 선언할 때까지, '학생들 모두가 강제로 입어야 한다'라는 결론만 강요하는가. 그토록 강조하는 '맞춤형 교육', '개별화 교육'이 바로 이럴 때 필요하다. 다양한 학생 사람을 하나의 틀에 맞추려는 시도 자체가 교육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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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교복은...' 강원도교육청의 희한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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