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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은 다른 데 있는데... '도덕성 논란' 정봉주 약진 왜?

최고위원 경선 초반 현역 의원 제치고 1위... 당원들 선택, 문제적 과거 보다 '전투력'에 초점

등록 2024.07.24 15:57수정 2024.07.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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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1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당대표 최고위원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봉주 후보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21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당대표 최고위원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봉주 후보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

 
더불어민주당의 새 최고위원을 뽑는 경선 레이스에서 초반 이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서 9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지지를 등에 업은 4선의 김민석 후보가 4위로 뒤처진 것이다. 그 사이 1위 자리에는 원외 인사인 정봉주 후보가 올랐다.

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앞서 진행되는 전국 순회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명심'이 실린 김민석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최고위원 중 '수석' 타이틀을 달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김 후보는 당내에서 꾸준히 이재명 후보와 호흡을 맞춰왔다. 지난 21대 국회 때 정책위의장으로 활약했고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난 지난 4·10 총선에서는 상황실장을 맡았다. 또 이 후보가 최근 당 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하면서 내놓은, 사실상 대선을 겨냥한 듯한 출마 선언문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를 염두에 두듯 김 후보는 지난 1일 출마 당시 스스로 "민주당의 집권 플랜본부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일 시작된 순회경선에서 권리당원들의 온라인 투표 결과를 보면 '명심'과 '당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지난 20~21일 진행된 제주·인천·강원·경북·대구 지역 경선 결과, 최고위원 후보 중 유일한 '원외'인 정봉주 후보가 누적득표율 21.67%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김 후보는 누적득표율은 12.59%로 4위에 그쳤다.

비록 경선 초반이고 아직 수도권과 호남·충청·영남권의 투표가 남아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봉주 후보의 경우 과거 막말 논란과 도덕성 논란으로 지난 4.10 총선 공천에서도 탈락한 한 바 있어 당원들의 선택을 놓고 일부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도덕성 논란' 뛰어넘은 정봉주
     
a  김병주(왼쪽부터), 강선우, 정봉주, 김민석, 이언주, 한준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병주(왼쪽부터), 강선우, 정봉주, 김민석, 이언주, 한준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정 후보의 선전에 대해 우선 당원들의 표심이 후보들의 과거를 따지기 보다 현재 윤석열 정부와 가장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전투력 있는 후보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반(反) 윤석열 기조를 타고 가장 전투력이 왕성한 정봉주 후보의 지지도가 크게 올라가는 것 같다"라며 "김병주·이언주 후보의 강세도 비슷한 이유다. 다른 후보는 점잖은 국회의원이라고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무석 역시 23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정봉주 후보는 민주당에서 상징적인 파이터였다"며 "(당원들이 정 후보를) 야당 최고위원에 걸맞은 전투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더 잘 싸울 수 있는 인물을 당 지도부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명심'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실제 정 후보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이명박 끝장 낸 정봉주가 윤석열을 탄핵하겠다'이다. 정 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 국면에서 'BBK 저격수'로 불리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에 앞장섰다가 허위사실 유포,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도덕성 이슈로 번번이 공직선거 출마에 제동이 걸린 정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동정'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미투와 언어 폭력, 가정사 등으로 이미 세 번이나 공천에서 배제됐다"라며 "지난 총선 공천에서도 배제됐기 때문에 당원들의 동정 심리가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그동안 '도덕성' 측면에서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복권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 생명에 직격탄을 맞았다. 또 지난 총선에선 서울 강북을 출마를 노렸지만 '목발 경품' 등 목함 지뢰 피해 장병 비하 발언이 논란이 돼 공천이 취소됐다.

정봉주 후보도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자신의 초반 선전에 대해 "BBK로 감옥도 가고 그래서 (당원들이) 아픈 손가락이라는 표현, 부채 의식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의 선전에 이재명 후보 측도 당황한 눈치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저녁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김민석 후보를 초대해 "(김 후보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당원들의 선택에 대해 이재명 후보라고 어떻게 하겠냐"며 "총선 패배 후에도 윤석열 정부가 달라지지 않자 화가 난 유권자들이 '더 센 후보'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서 정통 미디어보다 커진 유튜브의 영향력

민주당 당원들이 더이상 뉴스·신문 같은 정통 미디어 보다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 정치 뉴스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는 점도 정 후보의 '약진' 배경으로 꼽힌다. 정치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시절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유튜브 방송으로 지명도를 높여 온 정 후보에 친숙함을 느끼는 당원들이 많다는 것. 정 후보가 운영하는 채널 정봉주TV의 구독자수는 41만 명으로 최고위원 후보들 중 가장 많다. 

민주당 지도부를 지낸 또다른 중진 의원은 "이번 누적 투표율은 뉴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당원들 사이에서 더 큰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라며 "여기서 (명심과 당심의) 괴리가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강경파로 꼽히는 정 후보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선을 겨냥해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등 중도 확장 전략을 펴고 있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 후보 뿐만 아니라 강성 후보들이 대거 지도부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에 대해 "당원들의 선택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옳은 방향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라며 "사실 최고위원은 대표와 보완적인 인물이 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성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들어올 경우 "당직은 무게감 있는 사람들로 채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김민석 #전당대회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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