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문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등록 2024.07.27 15:08수정 2024.07.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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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언제까지 어떻게 마실 수 있을까?


주말 저녁이면 골짜기는 부산하다. 긴 도랑을 따라 형성된 작은 골짜기, 외지에서 찾아온 이웃들 때문이다. 도랑을 따라 황금낮 달맞이꽃이 피고, 도랑 건너 야산에는 금계국이 지천이다. 가끔 고라니도 찾아오고, 여름 뻐꾸기가 '뻐꾹' 하며 산을 넘는다. 시골을 찾아오는 사람들, 전원에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최고 아니던가! 오늘도 어김없이 삼겹살을 굽는 불빛이 가득이다.

언제나 삼겹살에 진심인 골짜기, 아내와 동참하기로 했다. 삼겹살을 굽고 한가한 저녁을 보내는 시간은 늘 여유롭다. 삼겹살에 빠질 수 없는 소주 한 잔, 잔잔한 어둠이 내린 골짜기에 잔이 오고 간다. 시원해서 좋고, 좋은 사람이 있어 좋다. 오는 잔을 마다하지 않고 밤새 주고받던 술은 이젠 몇 잔 술이 됐다. 과한 술은 다스릴 수도 없고 생각이 달라져서다. 나는 언제까지, 얼마나 마실 수 있을까? 
 
건전한 음주문화 오래전, 쿠바여행에서 마났던 술집 풍경이다. 평화스럽게 느껴졌던 아름다운 모습이 부러웠던 기억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건전한 음주문화로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건전한 음주문화오래전, 쿠바여행에서 마났던 술집 풍경이다. 평화스럽게 느껴졌던 아름다운 모습이 부러웠던 기억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건전한 음주문화로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박희종
 
술 마시는 법을 배워야 했다

고지식하고 엄하셨던 아버지, 할아버지부터 술과는 먼 집이었다.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얼큰한 술의 힘을 빌린 소리다. 더러는 술잔과 함께 하는 이야기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모든 가정사에 술은 생략되었고, 집엔 술잔조차 없었다. 가끔 어머니의 소주 몇 잔 마시는 모습이 괜찮아 보였던 어린 시절이다. 

대학과 사회생활에서 회식에 어울렸고, 친구들을 만나야 했다. 술이 없으면 허전한 회식, 내일이 종말인 듯이 마셨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찾은 선술집, 시원한 소주 몇 잔은 포기할 수 없었다. 술이 없는 만남은 상상할 수 없었고, 많이 그리고 자주 마시는 것이 최고인 듯했다. 건전한 음주법을 배울 기회도 없었고, 끼리끼리의 문화음주가 더해진 까닭이었다. 

운동이 끝나면 한잔 해야 했다. 등산을 하며 정상에서 한 잔, 하산하면 또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여행길에도 늘 술이 있어야 했으니, 해외여행을 위한 소주 팩은 늘 풍성했다. 건강을 위해 운동과 등산을 하는데, 어느 순간 과한 술에 당황스러웠다. 과도한 음주는 여행은 고사하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왜 그렇게 술을 마셔야 했고 떼어 낼 수가 없을까? 


술을 제외한 놀이방법을 몰랐으며 언제나 술과 함께함이 편안했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접할 수 없었고, 끼리끼리 모여 그냥 마셨다. 음주는 쑥스러움 없는 용기를 얻었으며, 낯선 사람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았다. 전혀 다스림이 없는 분위기 속에 만들어진 술문화 때문이다. 일상 속에 음주를 즐길 수 있고, 나름대로의 현명한 음주법을 찾아야 했다. 

한 잔 술에도 삶은 망가진다


술이 없는 모임은 있을 수 없을까?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다. 외국 여행길에 만난 분위기, 한 잔의 맥주로 한 나절을 즐기는 삶이 부러웠다. 맥주 한 잔을 놓고 느긋하게 삶을 공유한다.

삶의 여유와 부러움을 주는 그들의 모습, 술은 기호식품이며 삶을 삼켜서는 곤란하다. 과도한 술은 건강도 해치지만 살아감에도 고통스럽다. 길지 않은 인생, 술 마심은 즐거워도 이튿날의 내 삶은 없었다. 고통스럽고 후회스러움을 잊고 다시 반복되는 것이 술의 생리다. 음주운전은 사회적인 골칫거리다.

술기운에 잡은 운전대는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그럴듯한 정치인이 음주운전으로 망신을 당하고, 평생 쌓아 올린 성이 무너졌다. 망가진 삶을 잠시 잊고 또 술을 마신다. 말도 되지 않는 변명으로 세상을 비웃는 듯한 모습, 너무나 뻔뻔한 거짓말에 눈을 돌렸다. 끝도 없는 음주사고가 빈번하지만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음주 문화는 바뀌고 있다.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도 술은 빠질 수 없다. 끝없이 술잔이 오가도 운전과는 상관이 없다. 적당한 양으로 몸을 보전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운전대신 운동 삼아 걷는다. 어울려 비틀거리는 우정의 시대는 갔고, 운전자에겐 술을 권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려 들어선 선술집, 주인장이 누가 운전하느냐 한다. 운전을 하는 사람에게는 술잔도 놓지 않으며, 아예 입에도 대지도 말라 한다. 

음주, 이젠 달라져야 한다

언젠가 아내가 한 말, 술 마시는 사람은 머리가 나쁘다 했다. 얼른 수긍하게 된 것은 아픈 머리를 잊고 또 마시기 때문이다.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가끔 마셔도 간에 늘 미안스러웠다. 간은 얼마나 할 일이 많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아직은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간도 지치면 그만둘 것 아닌가? 건강할 때 내 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얼큰한 기분에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다웠다. 내일이 종말인 듯이 마시던 때 이야기다. 모든 것을 잊고 혼돈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내일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생각조차 없었다. 아침 걱정은 하지 않는 젊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희의 세월이 되어서야 얼큰한 세월보다 맑은 세상이 산뜻하다는 것을 알았다. 벌써 배웠어야 할 건전한 음주 문화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아쉽지만, 적당한 술로 몸이 건강해야 삶은 윤택해진다.

한 잔의 술에 삶이 망가지고, 사회가 출렁인다. 잠시의 방심에 온 가족이 흩어지고 삶이 사라진다. 음주 운전,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란다. 서민들과는 너무 먼 나라 말에 화가 난다. 모두에게 공평해 너도나도 끄덕이는 규칙, 어림없는 줄 알면서도 지껄이는 한탄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머리가 나쁘다는 아내의 말이 언뜻 떠오르는 아침, 나는 언제까지 술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건강한 몸과 정신만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 뉴스에 처음으로 게재하는 글이다.
#음주 #음주운전 #술문화 #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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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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