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향교 관리사. 부용화, 무궁화가 한데 버무려져 멋스럽다.
이돈삼
서원과 우물은 사라졌지만, 향교리엔 여전히 보고 즐길거리가 많다. 죽녹원 외에 담양향교, 대담미술관, 전남도립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대통밥, 떡갈비 등 먹을거리도 푸짐하다. 죽순회무침, 죽순빵, 죽순아이스크림도 있다.
담양향교는 1398년 처음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경사가 심한 산자락을 5단으로 다듬어 건축물을 배치했다. 명륜당을 앞에, 대성전을 뒤에 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구조를 하고 있다.
학문을 장려한 옛 부사, 군수 등 수령을 기리는 흥학비(興學碑)도 줄지어 있다. 진분홍 배롱나무꽃과 어우러진 비석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부용화, 무궁화가 한데 버무려진 돌담과 집도 아름답다.

▲ 담양산 참빗.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생활에서 필수품이었다.
이돈삼
향교리는 참빗 주산지이기도 했다. 참빗을 구하려는 행상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단다. 중국, 몽고까지 판매가 이뤄졌다. 남북 분단으로 판로가 줄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플라스틱 빗이 나오면서 시나브로 자취를 감췄다.
참빗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생필품이었다. 집집마다 몇 개씩 두고 살았다. 누이의 혼수품에도 포함됐다. 지금은 국가무형유산과 명인으로 지정된 참빗장이 명맥을 잇고 있다.
교육프로그램 부문 '올해의 박물관·미술관상'을 받은 대담미술관도 마을에 있다. 숲과 교육을 버무린 '포레듀케이션(Forest+Education)'으로 상을 받았다. 죽녹원과 공예품, 건축, 디자인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미술관은 레지던시 창작활동, 유명작가 초청 전시, 담양의 사계 파사드 전시 등을 해오고 있다. 2010년 문을 열었다.

▲ 개구리와 거미를 그린 마을 벽화. 담장의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해 그렸다. 흡사 숨은 그림 같다.
이돈삼

▲ 고양이와 쥐를 그린 마을 벽화.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해 그렸다. 숨은 그림 같다.
이돈삼
마을의 담장벽화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요즘 흔히 만나는 벽화에서 더 나아갔다. 담장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했다. 그림이 작고, 귀엽고, 앙증맞다. 그림도 부러 숨겨놓은 것처럼, 뜻밖의 장소에 그려져 있다.
지붕을 타고 내려온 빗물관에 개구리 한 마리가 달라붙어 있다. 그 앞으로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온다. 거미한테 말풍선 하나 달려있다. OMG, '오 마이 갓'이다. 거미의 절규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벽에 붙은 전기계량기엔 번개와 부엉이가 그려져 있다. 전봇대에는 개미가 기어오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담장 아래 배수로 구멍은 고양이의 입이 됐다. 입 벌린 고양이를 향해 가는 쥐 무리가 웃음 짓게 한다.

▲ 마을 벽화.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해 그렸다. 흡사 숨은 그림 같다.
이돈삼
담 아래 작은 돌을 이용한 등산 풍경도 재밌다. 국수 그림과 함께 쓴 시 '국수가 먹고 싶다'도 정겹다. 몽당연필 그림과 함께 쓴 이해인의 시 '몽당연필'도 애틋하다.
하나같이 유머와 재치가 묻어난다. 그림으로 표현된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구성이 기발하고,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무심코 걷다 보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숨은 그림 찾듯이 봐야 한다.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우리 마을만의 벽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포인트를 잘 찾은 거죠. 지형지물을 그대로 이용한, 이른바 포인트 벽화입니다."
벽화를 기획한 당시 이장 강기섭 씨의 말이다. 강씨는 광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향교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 죽순빵. 현미에다 죽순과 댓잎 분말, 흑임자를 버무려 구웠다.
이돈삼
마을 곳곳이 단장되자 외지인들이 점점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가, 도예가, 공예가 등이 터를 잡고 둥지를 틀었다. 죽녹원을 찾은 여행객들 발길도 마을로 이어지고 있다. 죽순빵, 죽순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도 생겨났다.
죽순빵은 현미에다 죽순과 댓잎 분말, 흑임자를 반죽해 굽는다. 밀가루는 일절 넣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은 국산쌀가루와 댓잎 추출물, 블루베리 원액을 넣어 만든다. 여행객들이 좋아한다. 담양 농산물 소비에도 다소 보탬이 된단다. 주민들이 반기는 건 당연한 일, 마을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 담양 향교리 서원마을 풍경. 마을이 죽녹원 대숲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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