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퍼스 이민 11년차인 피오렌 씨, 낚시도 피오렌 씨가 즐기는 취미 중 하나다. 사진은 프리맨틀에 낚시를 갔을 때 잡은 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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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도전, 좌절과 인내, 그리고 다시 도전으로 점철된 인생 선배의 70여 년의 삶. 그 얘기들을 들으며 나는 마음이 벅차올라 정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주어진 환경에 불평불만하기보다는,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당신이 다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 오신 이야기였다. 그 배경이 한국이든 호주든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이민하는 나라에 가족이 있다면야 훨씬 더 심리적 안정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또 우리는 모두 가족을 넘어 독립적인 생활을 꿈꾸는 개별적 존재이기도 하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계속 도전하며 나아간 한 어른의 역사는, 진정 인간이 자유와 책임을 다하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이민의 성패, '회복 탄력성'은 아닐까
피오렌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언어 장벽, 문화 차이, 친구의 부재로 인한 사회적 고립 등 이민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힘은 '회복탄력성'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과 이주는 실패와 도전의 연속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감정적으로 의지하고 진심 어린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인연을 찾는 것 역시 쉽지가 않다. 고국에서 쌓아온 모든 사회문화적, 사적인 자산들을 버리고 감정과 에너지, 시간을 들여 0부터 다시,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금 쌓아야 한다.
부딪히고 거절당하고, 또다시 도전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민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내가 평생 쌓아온 '회복탄력성'일지도 모른다.
멜번에서 만난 한 친구는 호주에 여행 왔다가 이민을 다짐하며 돌아가는 한국 친구들은 많지만, 정말로 이민을 실천과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은 적다고 했다. 언어 장벽, 사회적 관계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물론 언어 장벽, 문화 차이, 외로움으로 인한 힘듦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기댈 수 있는 곳이 없더라도, 매일 일상에서 회복탄력성을 쌓아 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겐 간절한만큼 누구나 이민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보였다.
어디에 살든, 이민은 자발적으로 내 삶을 재설계하는 길이다. 100여 년 전부터 수많은 한국인이 한국 밖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옮겨가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