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녹색전환 위해선 녹색금융 문턱 낮춰야

국회, 한국 기업 활로 모색 위해 지원책 마련 약속

등록 2024.07.26 12:34수정 2024.07.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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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맞춤형(핀셋)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 24일 열린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중소·중견기업이 원하는 탄소중립 지원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가 나긴 말입니다. 가산디지털센터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한다고 밝힌 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맞춤형 자금 지원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토론회 패널토론에 참석한 관계자들 역시 중소·중견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단순 예산 지원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중소·중견기업의 전환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과 예산이 법·제도적 기반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방향성과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의 연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기후통상 규제에 중소·중견기업 업무 가중↑ 지원↓"

대구 소재 자동차 부품사 신도의, 조찬호 연구소장은 "중소·중견기업 상당수는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신 연구소장은 자사가 유럽 지역에 부품을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유럽 고객사로부터 최근 3년간(2021~2023년) 여러 차례 요구를 받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2021년에는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에너지 관리 방식에 대해 요구받았고, 2022년에는 에너지 관리 수준을 요구받았다는 것이 신 연구소장의 설명입니다. 지난해에는 에너지를 관리하는 로우데이터와 산출근거까지 제출해줄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는 "인건비와 시설비 부담과 함께 기존 실무자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조직 내부에서) 탄소중립을 왜 실천해야 하는가 불만도 제시됐다"고 밝혔습니다.

철강 가공 기업 고려특수선재의 이현민 팀장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2022년부터 ESG 관련 정부 지원사업을 10개 정도 받았으나, 대다수가 컨설팅 지원일뿐더러 단기에 그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에 그는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컨설팅 후) 내부 상황에 맞춰 다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원을 배정하여 잘 진행되고 있는지 추가적인 검토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조찬호 신도 연구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조찬호 신도 연구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그리니엄
 
"자금은 충분"… 중소·중견기업, 녹색금융 문턱 낮춰야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탈탄소화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없어 녹색전환이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최근 정부 2030년까지 기후대응을 위해 452조 원 규모의 민관금융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IBK 기업은행의 유인식 ESG 부장은 "자금은 이미 충분하다"며 "(녹색전환을 위해선) 금융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자금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유 부장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엄격한 심사가 따라붙는다"며 "3억 대출을 받기 위해 수백만 원의 제3자 인증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중소·중견기업에 한해서는 심사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또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탈탄소화나 녹색전환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유 부장은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일수록 의사결정 체계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CEO의 관심사가 아닌 경우 기업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탈탄소화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유 부장의 지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소기업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달성을 위해선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나, 그렇다고 중소기업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에 그는 "시장은 대기업, 정책과 제도는 중소기업을 향해야 한다"며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현장의 소리를 듣다, 중소·중견기업이 원하는 탄소중립 지원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현장의 소리를 듣다, 중소·중견기업이 원하는 탄소중립 지원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그리니엄
 
한편, 최우리 <한겨레신문> 경제산업부 기자는 녹색전환이 우리 사회에 장벽이 될 수 있다는 현실에 인식 수준이 낮은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환경규제는 중소·중견기업에게 장벽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컨설팅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현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정부 부처의 움직임이 민간보다 느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최 기자는 "기업 전환을 지원하는 예산들이 관리 부처에 산재돼 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2050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역시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탈탄소화와 녹색전환을 지원할 컨트럴타워가 없는 이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 최 기자의 결론입니다.

정부, 중소·중견기업 대응책 강구… "현실적 어려움 산재"

이에 대해 정부 측도 여러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대응책을 강구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박승록 중소벤처기업부 디지털혁신과 과장은 "중소기업들이 자발적 감축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자 자발적 탄소감축 거래제도 등의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해외 규제에 대응하고자 정부 차원에서 합동설명회를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 관심을 통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박 과장은 덧붙였습니다.

박근형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통상과 서기관은 역시 CBAM 대응과 관련해 찾아가는 설명회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모르는 중소기업이 많아 올해부터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박 서기관은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 관리에 대한 언급도 나왔습니다. 박 서기관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면서도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나 수요 전망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정인상 환경부 기후경제과 사무관은 "(주요 기후통상 규제가) 국가별로 산재됨에 따라 정부가 규제 대응을 매번 지원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자발적으로 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지혜 의원, 김성환 의원, 박정현 의원이 지난 24일 열린 토론회를 찾았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지혜 의원, 김성환 의원, 박정현 의원이 지난 24일 열린 토론회를 찾았다.그리니엄
 
"한국 기업 활로 모색 위해 국회 차원서 지원책 마련할 것"

3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회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대덕구)은 "(한국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많고, 그보다 더 작고 어려운 기업도 많다"며 "정부 기업이 확실한 전환의 미션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 역시 "탄소중립은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라며 "2030년까지 기후대응을 위해 단기적인 과제를 챙기고 장기적인 문제도 잊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구병)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중견기업에 돌아오는 처지에 놓였으며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피력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녹색전환 #국회 #중소기업 #탈탄소화 #배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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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기후위기라고 생각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과 토론이 답이라고 생각. 사실과 이야기 그리고 문제의 간극을 좁히고자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중. ■ 이메일 주소: yoon365@greenpuls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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