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빈 자리'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해 자리가 비어 있다. 왼쪽은 최재영 목사.
남소연
사과를 하면 정말 박근혜씨처럼 되는 걸까. 대통령일 당시 박근혜씨의 사과는 진솔하지도 않았고, 그 내용이 사과 뒤에 밝혀진 사실과도 맞지 않아서 시민의 분노를 거듭 키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차 사과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 등에서 (최순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지만, 이후 발견된 태블릿PC에서는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은 문건 47개가 발견됐다. 대통령의 연설문뿐 아니라 대통령실 인사, 장·차관 인사, 외교 관련 내용들이 발견돼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2차 사과는 검찰 조사를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가 즉각 이뤄지진 않았고 이듬해 3월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에야 박근혜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3차 사과는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일임한다는 것이었지만, 여당에 '임기단축'이라는 대안을 제시해 이미 가시화된 탄핵 절차를 막기 위한 꼼수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사과는 거듭될수록 시민의 분노를 배가시켰다. 당장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에만 사과의 목적을 뒀을 뿐, 그 안에는 진실도 진정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 앞에서 사과를 하고 그걸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나, 김 여사가 검사 앞에서 사과를 하고 그걸 법률대리인이 전하는 방식은 '박근혜식 사과 실패'를 미연에 방지한 '기술적인 사과'다. 사과의 내용을 두고 일어날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언론에는 '대국민사과를 했다'고 보도되는, 투입량보다 산출량이 훨씬 많은 '경제적인 사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박근혜의 길'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보통의 인간관계에서도 무엇을 잘못했다는 시인과,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을 빼고 그저 사과 의사만을 밝히는 이들이 있다. 일상을 사는 우리들은 그런 사과라도 꼬치꼬치 따지지 않고 대부분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원하게 사과받지 못해 찜찜한 마음 한 구석에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어떤가. 보통은 사과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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