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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심각하다, 환경영향평가제도부터 고치자

등록 2024.07.26 19:08수정 2024.08.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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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1대 김완섭 환경부장관 취임식에서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취임사를 말하고 있다.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1대 김완섭 환경부장관 취임식에서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취임사를 말하고 있다. ⓒ 환경부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4일 김완섭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같은 날 임명안이 재가되었다. 김 장관은 기획재정부2차관 출신으로 환경 분야 비전문가다. 더욱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강원 원주을에 출마했을 때, 지역 케이블카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케이블카 사업에 우호적인 사람이 환경부 수장이 된 것이다. 환경부는 케이블카 허가권을 가진 곳이다. 케이블카 난개발이 걱정되는 이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대통령의 인사 결정을 일단 존중한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결정은 입법부와 행정부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블카 난개발은 별개 사안이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의 대표적인 권한이자 사무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별 사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훼손을 미리 예측하고 평가하여 주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이다. 적어도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무분별한 개발에서 우리는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

사업자가 작성하는 환경영향평가서

그럼에도 현재의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실행에 미흡한 점이 많아서 보완해야 할 사항이 산재하다. 우선 현재 환경영향평가서는 개별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작성한다. 사업자는 대행자인 평가업체에 직접 발주한다. 사업자와 대행자 간 '종속 관계'는 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한다.

또한 평가업체의 열악한 조사 환경은 평가서 내용의 거짓과 부실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문제가 생겨도 대행자만 처벌하는 규정이 있을 뿐, 사업자나 협의기관, 승인기관 등을 처벌할 수 없다. 정보 접근도 쉽지 않다.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이 저작권이란 이름으로 비공개되거나, 영업 비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주민에게 직접 주어지는 기회는 평가서 초안에 대해서만 일회적으로 주어지고 있다.

제도의 보완 및 변경이 시급하다. 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환경영향평가 국가책임공탁제' 도입이 바람직하다. 환경영향평가 비용을 승인 기관이나 정부 기관에 예치하고, 이곳에서 직접 평가 용역을 발주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평가서 내용의 거짓과 부실 책임 범위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 대행자뿐 아니라 사업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나아가 중대 과실이 있는 경우, 검토기관, 협의기관, 승인기관에도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보는 수시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아무래도 내용이 전문적이다 보니 주민 참여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대리인 제도를 두고,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사실 이와 같은 내용이 환경영향평가제도 운영에 반영되지 않은 게 의아하다. 평가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인데 말이다. 주먹구구식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추' 역할을 한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포기할 수 없는 '보루'이기도 하다.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위한 서명 운동

a  2024년 2월 15일 국회 앞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 전국연대'가 출범 선언을 했다.

2024년 2월 15일 국회 앞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 전국연대'가 출범 선언을 했다. ⓒ 최상두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국가기관의 정책은 입법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지난 총선은 '기후 선거'라 할 정도로 '기후 정치' 바람이 일었다. 기후 정책을 선택 기준으로 삼는 '기후 유권자'라는 말이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기후 공약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보들 대부분 적극적이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몇몇 기후 후보들이 원내로 진입했다. 기후, 환경, 생태 문제에 대해 22대 국회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22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누가 환경부 장관이 되었든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발의를 위해 긴밀하게 움직여 주길 바란다. 국회는 조속히 개정안을 통과시켜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아 주길 바란다. 장동언 신임 기상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 기후 이상 변화가 더 심하게 진행되고 있고, 올해 유례 없는 장마는 기후 이상 변화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라고 피력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국회는 국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할 일을 하면 된다. 시민단체들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 전국연대가 추진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1만 5000명이 목표인데 현재 8600명이 채 안 된다. 좀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 유권자의 관심이 국회를 움직이고 국회가 정부를 견제해야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안 그러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김용만 기자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플래닛03'에도 실렸습니다.
#플래닛03 #케이블카 #환경부장관 #환경영향평가 #22대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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